선두 삼성 상대 7.1이닝 무실점 8승 “직구는 느리지만 제구·완급은 탁월 노리고 온 타자 역이용 영리한 투구” 오승환 보러온 ML스카우트도 찬사
9월 첫 날 삼성과 두산이 격돌한 잠실구장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찾아 왔다.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보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김이 샜다. 오승환이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돌직구를 확인하기 위해 먼 길을 날아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한 장본인은 두산 선발 유희관(27)이었다.
유희관은 1일 잠실 삼성전에서 7.1이닝 5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선두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유희관은 삼성에 유독 강했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3경기 등판해 승수는 1승에 불과했지만 방어율은 1.20이었다. 1일 경기를 지켜 본 보스턴 존 킴 스카우트는 “투수의 볼이 느려서인지 삼성 타자들이 한방 쳐보려고 잔뜩 노리고 들어오는 게 눈에 보인다. 그 점을 이용해 영리한 투구를 하고 있다”며 유희관을 평가했다. 존 킴 스카우트의 말대로 최형우∼박석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삼성 클린업 트리오 중 최형우만이 유희관을 상대로 2개의 안타를 쳐냈을 뿐, 박석민과 이승엽은 무안타에 그쳤다.
삼성 타선을 꽁꽁 묶은 유희관의 호투 덕분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돌직구 대신 106구의 느린 볼만 구경한 채 오승환의 추후 등판을 기약하게 됐다. 존 킴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 150∼160km를 던지는 투수는 수두룩하지만, 두산 투수(유희관)처럼 느린 볼을 던지는 투수는 굉장히 드물다. 특이한 케이스다. 직구 스피드는 평균 이하지만 제구력과 완급조절은 뛰어난 것 같다. 상대 타자의 심리도 잘 이용 하더라”라고 호평했다.
이날 승리로 유희관은 시즌 8승(4패)째를 수확했다. 한편, 신인왕 경쟁자인 NC 이재학도 같은 날 선발승을 추가, 8승(5패)을 신고하면서 유희관과 승수를 맞췄다. 유희관은 “(이)재학이가 승리투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등판 때마다 팀이 이기는 데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투구를 하겠다”며 다부진 마음가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