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은 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류제국(30)을 불렀다. 류제국은 8월 31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안타 4볼넷 5삼진 2실점으로 시즌 7승(2패)째를 챙겼다. 그러나 5회까지 108구를 던진 데서 알 수 있듯 좋았을 때에 비해 구위가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LG의 3연패 위기를 넘겨준 역투였다.
이에 ‘LG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류제국이 1선발을 맡아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쏟아지자 김 감독은 가타부타 답변 대신 류제국을 직접 불렀다. 그러더니 “어제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감독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투수를 바꾸고 싶었는데 너 같으면 어떡했겠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머쓱한 표정의 류제국은 “그래도 점수가 7-2였으니까 저 같으면 안 바꿨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도 당시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여기서 바뀌면 아쉽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류제국의 투쟁심을 자극했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코치가 바꾸지 말자고 해서 나도 안 바꿨는데 네 생각도 그러하니 내가 틀렸나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류제국을 보내면서 “밸런스 신경 써라”라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장난기가 서린 문답이었지만 이제 포스트시즌 1선발을 맡을 만한 투수로 자리 잡은 류제국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려 한 의도가 배어 있었다. 선수가 자존심에 상처 받지 않고도 자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 LG를 일으켜 세운 김 감독의 특별함이 번쩍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