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 자존심 지켜준 ‘김기태식 선수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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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일 07시 00분


LG 류제국. 스포츠동아DB
LG 류제국. 스포츠동아DB
LG 김기태 감독은 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류제국(30)을 불렀다. 류제국은 8월 31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안타 4볼넷 5삼진 2실점으로 시즌 7승(2패)째를 챙겼다. 그러나 5회까지 108구를 던진 데서 알 수 있듯 좋았을 때에 비해 구위가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LG의 3연패 위기를 넘겨준 역투였다.

이에 ‘LG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류제국이 1선발을 맡아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쏟아지자 김 감독은 가타부타 답변 대신 류제국을 직접 불렀다. 그러더니 “어제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감독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투수를 바꾸고 싶었는데 너 같으면 어떡했겠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머쓱한 표정의 류제국은 “그래도 점수가 7-2였으니까 저 같으면 안 바꿨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도 당시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여기서 바뀌면 아쉽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류제국의 투쟁심을 자극했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코치가 바꾸지 말자고 해서 나도 안 바꿨는데 네 생각도 그러하니 내가 틀렸나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류제국을 보내면서 “밸런스 신경 써라”라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장난기가 서린 문답이었지만 이제 포스트시즌 1선발을 맡을 만한 투수로 자리 잡은 류제국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려 한 의도가 배어 있었다. 선수가 자존심에 상처 받지 않고도 자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 LG를 일으켜 세운 김 감독의 특별함이 번쩍인 순간이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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