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구속·예리한 구위·늦깎이 성공 닮은꼴 신생팀 토종 에이스 이재학 주목도서 우위 유희관 방어율 3.20·두산 PS 이끌 핵심전력 시즌10승·임팩트 있는 피날레가 잣대 될 듯
유희관(27·두산)이 본격적으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해 3승1패를 기록 중이던 6월 말 NC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23), 나성범(24) 등 신인왕 내부경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조용히 한마디를 했다. “유희관이 지난해까지 1군에서 몇 이닝이나 던졌을까…. 나이가 있지만, 대학도 졸업했고 상무를 다녀와서 아마 신인왕 자격이 될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유희관은 본격적으로 신인왕 레이스에 끼지 못했다. 팔방미인 나성범과 4∼5월에만 4승(1패)을 따낸 이재학, 그리고 5월에만 3승을 거두며 인상적 투구를 한 NC 이태양이 오히려 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의 정확한 눈은 이미 유희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 느리게 더 느리게, 닮은꼴 투구-닮은꼴 야구인생
2013년 신인왕 경쟁이 이재학과 유희관의 치열한 맞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나성범도 야수 중에선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지만, 나란히 8승을 거두며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유희관과 이재학이 최근 한 걸음씩 더 튀어나오는 형국이다.
이재학과 유희관의 투구 스타일과 프로선수로서의 야구인생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느리지만 정확하고 예리한 공으로, 뒤늦게 빛을 보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이재학의 직구는 평균 130km대 후반이다. 그러나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오는 서클체인지업은 리그 정상급 구종으로 통한다. 9이닝당 탈삼진이 8.39개로 전체 4위다. 피안타율은 0.231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그만큼 큰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위력적인 선발투수가 됐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상무를 거친 유희관은 27세지만, 신인왕 자격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두산에 왼손투수가 부족해 불펜요원으로 1군에 합류하면서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 직구는 이재학보다 더 느린 130km대 초반이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는 제구력이 일품이다. 70km대의 슬로 커브는 155km의 강속구만큼 관심을 끄는 공이다.
● 시즌 10승 고지 선점이 바로미터?
이재학은 신생팀 NC의 토종 에이스로 팀의 창단 첫 승,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다. 작은 체격으로도 강타자들을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주목도에서 더 앞선다. 그러나 유희관도 방어율 5위(3.20)를 기록하며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인왕 투표가 포스트시즌 직전에 실시되고 있는 만큼, 신인왕은 오롯이 페넌트레이스 성적만으로 가려진다. 누가 더 빨리 10승에 도달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큰 희망을 남기고 시즌을 마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