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6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형 축구’로 2014브라질월드컵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린 강호가 아니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술, 가장 경쟁력 있는 색을 입힐 것이다”고 했다. 이후 ‘한국형 축구’에 대한 분석이 마구 쏟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잡히는 게 없다. 그런데 최근 홍 감독의 행보를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8월 페루전을 마친 뒤 홍 감독은 열흘간 독일 출장을 떠났다. 9월 A매치 2연전(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을 앞두고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박주호(마인츠) 등 분데스리가 3총사를 점검하고 면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홍 감독이 선수들과 미팅만 한 건 아니다. 매일 도시를 이동하고 숙소를 바꾸는 수고를 감수하며 들렀던 곳이 있다. 바로 유럽축구에서 ‘대세’로 떠오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한 때 파산 위기를 딛고 살아난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리그 2위에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던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홍 감독은 도르트문트의 홈 2경기를 관전했다.
한 번도 아닌 두 차례나 방문한 이유는 분명했다. 홍 감독이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과 전략, 철학이 도르트문트와 맞아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홍명보호의 슬로건이자 기본 정신인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은 도르트문트의 요즘과 같다. 영건 위주의 도르트문트는 모든 선수들이 같은 목표, 같은 방향을 가진 가장 완벽한 팀 조직력을 자랑한다. 압박과 공간 확보, 측면을 통한 활로 개척 등은 압권이다. 일명 ‘벌떼 축구’라 불리는데, 홍 감독은 여기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홍 감독의 지인도 “도르트문트와 홍명보호의 운영 철학이 정확히 일치 한다”고 귀띔했다. 홍명보호가 추구하는 한국형 축구는 도르트문트 스타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