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본 야구] 162경기 살인적인 스케줄 운동능력 높이는 마법의 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9월 6일 07시 00분


■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메이저리거에게 스테로이드란?

주사·약물·크림 복용 후 고강도 트레이닝
약물검사 기간 피해 약 끊는 사이클 반복
고환 위축·대머리·심근경색 등 부작용도

추신수(31·신시내티)와 류현진(26·LA 다저스)의 선전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일부 마니아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남녀노소가 두루 즐기는 스포츠가 되고 있는 듯하다. 어느 토요일 오전, 지상파 방송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새삼 그 인기를 실감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아직 대다수의 우리 국민은 메이저리그 자체보다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상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내에서도 미식축구(NFL), 농구(NBA)와 더불어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다. 메이저리그 선수는 엄청난 연봉과 인기를 얻으며 많은 이들의 우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거듭되는 메이저리그 스타선수의 도핑 스캔들로 인해 그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도핑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달 도핑 스캔들에 연루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포함한 12명의 메이저리거에게 각기 5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특히,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연봉 선수인 A-로드는 올해 잔여시즌과 내년 풀시즌 출장정지라는 매우 무거운 징계를 받게 됐다. 이들은 주로 운동능력향상보조물(PED)의 일종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리거에게 스테로이드란 무엇일까? 단시간에 효과를 거두는 마법의 약과도 같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선수들은 근육을 강화할뿐더러 고된 훈련을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기간에 스테로이드 주사, 약물, 크림 등을 복용해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한 뒤, 약물검사를 피해 약을 끊는 주기(cycle)를 반복한다고 한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금지약물은 건전한 스포츠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 속에 선수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부작용으로는 남성의 경우 유방발달, 고환위축, 대머리는 물론 신경과민과 우울증 등이 보고되고 있다. 또 간 손상은 물론 LDL-콜레스테롤 증가, HDL-콜레스테롤 저하, 혈전 등으로 인한 심근경색 등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거들은 왜 스테로이드, 암페타민 같은 불법 운동능력향상보조물에 집착하는 것일까? 메이저리그의 경기일정은 실로 엄청나다. 일반적으로 4월의 첫 주말부터 9월의 마지막 주말까지 이어지는 정규시즌 동안 각 팀은 162경기를 치른다. 즉, 6개월 동안 펼쳐지는 정규시즌 동안 통상적으로 일주일에 6일 정도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시차와 거듭되는 장거리 이동에서도 강한 집중력과 운동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6∼8월에는 경기수가 더 많은데, 지역에 따라 섭씨 40도를 웃도는 더위와 맞서 싸우며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불법 운동능력향상보조물뿐 아니라 각성제의 역할을 하는 에너지드링크(도핑 물질은 아님)를 과다 복용해 탈수와 시력저하 등의 부작용이 불거짐에 따라 일부 팀에선 에너지드링크를 금하기도 한다.

이렇듯 새로운 운동능력향상보조물은 끊임없이 개발돼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도 불법 운동능력향상보조물에 대한 의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로드를 비롯한 10여명의 선수들에게 주어진 5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더 이상의 도핑 스캔들을 막아 보려는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박세정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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