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손승락(31)은 이미 국내 정상급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나 올해 그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까다로운’ 상대를 넘어 ‘난공불락’의 소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성적이 말해준다. 손승락은 벌써 38세이브를 따냈다. 이 부문 1위다. 2위 봉중근(LG·33세이브)보다 5세이브가 많다. 팀의 59승 가운데 38승(64%)을 지켜냈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최근 5경기가 눈부시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1.2이닝 2삼진 무실점)과 5일 마산 NC전(1이닝 1삼진 무실점)에서 모두 1점차 승리를 퍼펙트로 지켰다. 5위 롯데와 팽팽히 맞선 4일 목동 경기에서도 1.2이닝을 공 16개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 세이브 하나하나가 팀이 4강 한 자리를 굳히는 데 큰 힘이 됐기에 더 값지다. 염경엽 감독이 “최근 승락이가 어려운 세이브를 많이 해준 게 팀에는 정말 도움이 됐다”고 치켜세울 만하다. 덕분에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더 높은 순위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3위 두산과 2.5경기차, 1위 LG와 4경기차에 불과하니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손승락 또한 팀과 함께 또 다른 목적지에 도달할 채비를 마쳤다. 앞으로 2세이브만 추가하면 데뷔 후 첫 4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역대 소방수들 가운데 태평양 정명원, 두산 진필중, 삼성 오승환만이 해낸 기록이다. 정명원은 1994년(40개), 진필중은 2000년(42개), 오승환은 2006년(47개)·2007년(40개)·2011년(47개)에 각각 달성했다. 이제 손승락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급’ 마무리 투수로 등극할 차례다.
손승락은 38번째 세이브를 따낸 뒤 “40세이브가 현실이 된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팀의 가을잔치를 위해 집중할 때”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손승락의 40세이브는 2010년부터 그에게 자물쇠를 맡겨온 넥센에게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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