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베 3연타석 홈런 ‘미니슬럼프’ 다저스 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15시 49분


LA 다저스에게 10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은 9월 승부에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5월 이후 처음으로 4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연패 탈출이 시급했다. 비록 애리조나가 지구우승 도전은 좌절됐지만 올해 팀간 전적은 7승5패로 앞서 있었다.

미니슬럼프에 빠진 다저스를 8-1 승리로 이끈 타자는 3루수 후안 우리베(34)였다. 3연타석 홈런 및 4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의 맹타로 팀의 4연패를 끊은 수훈갑이다. 다저스는 안드레 이티어의 2009년 6월27일 한 경기 3홈런 이후 처음이다. 우리베는 국내에서 류현진과 절친한 동료 사이로 각광받고 있다. 한 때 경기 도중 덕아웃 장난이 국내에는 감정싸움으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둘의 돈독한 관계는 변함이 없다. 국내식으로 하면 형과 동생 사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 13년차의 우리베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새끼'였다. 다저스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에이전트로 풀린 뒤 3년 계약을 맺은 우리베는 이른바 'FA 먹튀'였다. 계약을 추진한 네드 콜레티 단장이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부상과 부진으로 우리베는 2011년 77경기에 타율 0.204, 홈런 4, 타점 28개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66경기에서 타율 0.191, 홈런 2, 타점 17개에 불과했다. 팬들의 비난은 분노로 변했다. 올 시범경기 때만 해도 "우리베는 무조건 버리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올 연봉이 80만 달러다.

우리베는 올해 루이스 크루즈(뉴욕 양키스)의 백업 3루수로 출발했다. 그러나 크루즈가 지난 시즌 반짝 타격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서 1할대 타율에 머물렀고, 결국 구단은 방출했다. 우리베가 다저스의 주전 3루수 자리를 되찾았다. 승부처마다 적시타를 날리면서 예전의 날렵한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 두 시즌과 달라진 것은 타석에서의 인내심이었다. 나쁜 볼에는 스윙하지 않고 볼넷(27개)을 고르면서 타율(0.271)을 끌어 올렸다. 수비는 원래 좋았다. 글러브에서 볼을 빼는 송구동작이 매우 빠르다.

우리베는 구단이 8월31일 내야수 마이클 영을 영입하면서 팀 내 위치가 흔들리는 듯했다. 영은 3루수가 원래 포지션이다. 그러나 인간성 좋은 우리베는 "영이 우리 팀에 온 것은 잘된 일이다. 환영한다"며 그를 반겼다. 이날도 연타석 홈런을 치자 동료인 핸리 라미레스는 덕아웃에서 바나나를 까서 우리베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흑인들에게 바나나는 원숭이를 뜻하는 인종차별적 행동이다. 경기 후 우리베는 "원숭이! 그런 거 상관않는다. 팀이 이기면 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장난을 친 라미레스는 "우리베는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팀 메이트다. 오늘 3개의 홈런으로 우리 팀이 이겼다"며 좋아했다. 야구는 마라톤이다. 한 때 부진했다고 영원한 게 아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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