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구자철 투지 굿…흐름끊은 드리블 오점 베스트 멤버 기용 불구 0-2 내리 실점 아쉬움 이근호 장신숲 뚫고 절묘한 헤딩골 진가 입증 반드시 넘어야 할 유럽…경쟁력 강화엔 효과
● 자존심의 한 방
90분 정규시간이 끝났을 때 전광판 스코어는 0-2, 크로아티아의 리드였다. 주어진 추가시간은 4분. 상대는 종료 직전까지 벤치를 지키던 후보 골키퍼(안토니오 예지나)를 투입하는 여유를 부려 전주성을 가득 채운 홈 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다. 홍명보호의 자존심이 잔뜩 구겨질 뻔한 절체절명의 상황, 드디어 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후반 막바지 교체로 투입된 이근호(상주). 177cm 비교적 단신임에도 불구, 이용(울산)이 띄워준 날카로운 오른쪽 크로스를 상대 장신 수비벽을 피해 헤딩골로 꽂아 넣었다. 54번째 A매치 출격에서 터진 18번째 득점포. 유럽파의 가세로 한층 풍성해진 대표팀의 공격력에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시킨 순간이었다.
● 주장
홍명보호의 핵심 화두는 변화와 경쟁이다. 출범 후 계속 스쿼드 변화를 줬고, 태극전사들을 긴장 속으로 몰아갔다. 대표팀 엔트리가 공개될 때마다 모두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그래도 주장 자리는 꾸준했다. 홍 감독은 7월 동아시안컵부터 하대성(서울)에게 캡틴 완장을 맡겼다. 하지만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 평가전에선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동료들을 리드했고, 하대성은 벤치 스타트를 했다. 하대성 이외에 경기 킥오프 때 홍명보호의 주장을 경험한 건 염기훈(경찰청)이 유일했는데, 구자철이 그 대열에 가세했다. 구자철은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주장으로 동메달 신화를 이끌어 낯설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구자철은 적극적인 돌파와 투지 넘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볼을 자꾸 접어 흐름이 자주 끊겼다.
● 베테랑
축구에서 경험이란 요소는 빼놓을 수 없다. 영건 위주로 확 젊어진 홍명보호에서는 곽태휘(알 샤밥)가 그랬다. 81년생으로 유일한 30대 노장이다. 굵직한 무대를 두루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전임 최강희호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배들을 통솔했지만 홍 감독 부임 후에는 잠시 잊혀진 존재로 전락했다. 당연히 6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3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곽태휘에게 크로아티아전은 굉장히 절실했다. 그렇게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간의 관록을 앞세워 체격이 좋은 상대의 맥을 적절히 끊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한 전진과 깊숙한 세트피스 가담으로 공격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후반 중반 이후 수비진 전체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건 반성해야 한다.
● 유럽 상대
유럽은 국제 대회 호성적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더 이상 유럽에 일방적인 열세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장 껄끄럽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최소 1∼2개 유럽 팀과 마주친다. 그런 면에서 크로아티아가 평가전 상대로 잡힌 건 의미가 컸다. 비록 풀 전력의 스쿼드가 아니었지만 경쟁력 강화와 함께 강호에 대한 맷집을 키워줄 스파링 파트너로 충분했다. 경기력도 아주 좋았다. 동아시안컵 때 호주-중국-일본과 만난데 이어 8월 남미 페루, 9월 북중미 아이티와 동유럽 크로아티아와 마주치며 홍명보호는 나름 착실하게 월드컵 본선을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