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꿈같은 홈런’ 친 김동한 “매 타석이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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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4일 07시 00분


두산 김동한. 스포츠동아DB
두산 김동한. 스포츠동아DB
두산 김동한(25)은 13일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12일 문학 SK전에서 때려낸 홈런 하나 덕분이다. 2-7로 뒤진 9회초, 최재훈이 추격의 3점포를 쏘아 올렸을 때까지만 해도 김동한이 이 경기의 주인공이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2사 1·2루서 등장한 무명의 대타는 SK 소방수 박희수를 상대로 역전 결승 3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일순간 모든 것을 뒤집어놓았다. 하루가 지난 13일, 여전히 결승포의 여운이 가득한 문학구장에서 만난 김동한의 손에는 팬들이 건넨 선물 꾸러미가 주렁주렁 들려 있었다. 그는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다. 어림잡아 문자메시지가 100통, 전화가 20~30통 정도 온 것 같다”며 “그 중에서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게 가장 기뻤다. 나 말고 부모님도 주변에서 축하인사를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 눈앞의 공 하나가 모두 기회 “매 타석 벼랑 끝”

김동한은 공교롭게도 박희수의 동국대 후배다. 학교 동기들이 “하필이면 선배 볼을 쳤느냐”며 웃더란다. 그러나 김동한에게는 눈앞의 한 타석, 한 타석이 모두 절박하다. 2011년 입단한 그는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에 지명됐을 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 1군 경험도 지난해 8경기에 나선 게 전부. 역전 결승포를 친 12일 경기는 올 시즌 15번째이자, 데뷔 23번째 경기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렇게 말해다. “같은 게임이라도 1군에선 2군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 1구, 1구에 간절함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매 타석이 벼랑 끝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정글과도 같은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으려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홈런을 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상하게 긴장을 덜 했다. 절대 이대로 덕아웃으로 돌아가지 않고 어떻게든 출루하겠다는 마음으로 쳤다”고 설명했다. 그 집중력의 결과가 잊을 수 없는 홈런으로 이어진 것이다.

● 무명 선수의 데뷔 첫 홈런이 만들어낸 파장

선배들도 난리가 났다. 인터뷰하는 김동한의 곁을 지나칠 때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김동한이 대타로 들어섰던 3번 타순에 선발 출장했던 김현수는 “내가 경기 때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 못 이겼을 것”이라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홍성흔도 “나도 동한이처럼 저렇게 관심 받는 시절이 있었는데…”라며 짐짓 거들었다. 구단 관계자에게서 선물도 받았다. 김동한이 쳤던 홈런의 구종과 방향 등을 기록한 홈런 그래픽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다 종이를 반으로 접었던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 다시 펼치며 말했다. “아, 이거 코팅해놔야 하는데….”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김동한의 데뷔 첫 홈런은 이미 두산 팬들의 기억 속에 최고의 홈런 중 하나로 각인됐을 테니 말이다. 이제 그의 다음 소원은 포스트시즌 출장. 김동한은 “지난해에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컴퓨터로 포스트시즌을 봤다. 올해 큰 기대는 못하지만,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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