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없이 훈련하는 역도대표팀…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9월 16일 07시 00분


■ 역도대표팀·연맹 동반 붕괴 가속화

남녀 대표팀 감독들 지난 달 사의 표명
연맹의 지원 부족·일방적 행정에 회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선수들 의욕도 저하
대표팀 감독직 기피…지도자 선임 난항

연맹 이사도 무더기 사표…역도계 위기

역도대표팀과 대한역도연맹의 동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주 남자대표팀은 담당 지도자 없이 훈련하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고, 연맹의 젊은 이사들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역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금메달리스트 전병관(44) 연맹 홍보이사도 포함돼 있다.

● 인천아시안게임 D-1년, 지도자 없이 훈련하는 역도대표팀

남자대표팀 이형근 감독과 여자대표팀 김기웅 감독은 8월말로 태릉선수촌을 떠났다. 대표팀 지도자들은 ‘연맹의 지원 부족’과 ‘일방적 행정’ 등에 회의를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한역도연맹은 조석희 심판위원장을 총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지도자의 공백을 피할 수 없었다. 급기야 지난 주 남자대표 선수들이 담당 지도자 없이 훈련을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감독이 공석인 상황에서 두 명의 코치도 각각 중국 전국체전 전력분석과 아시아클럽대항 역도대회 참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역도대표팀 관계자는 “10∼11일, 남자대표팀은 지도자 없이 선배 선수들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의 의욕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시아 최강인 중국 역도는 이번 자국 전국체전에서 기록이 다소 저조했다는 평이다. 한국 역도로서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개막 1년을 앞두고 호기를 맞은 셈이지만, 현재의 대표팀 분위기로는 제대로 된 훈련이 진행될 리 없다. 대표팀은 일단, 지난 주말부터 22일까지 추석 휴가에 들어갔다.

● 역도대표팀 지도자는 파리 목숨? 지도자들의 태릉 기피

한편 남자대표팀 장성순(43) 코치 역시 선배 지도자들과 뜻을 함께하며 지난 주, 연맹에 사표를 제출했다. 연맹은 새로운 대표팀 지도자를 선임해야 하지만, 이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능력 있는 지도자들이 대표팀에 들어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대표팀 지도자는 “류원기(영남제분회장) 회장 체제 이후 연맹이 이사회와 강화위원회 등 절차를 무시하고 지도자를 선임했다. 파리 목숨 같은 대표팀 지도자인데, 누가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하겠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전 대표팀 지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대표팀을 잠시 해산해 소속팀에서 운동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대표팀이 정상화된 다음에 선수들을 소집하는 것이 훈련의 효율성 면에서 낫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연맹은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3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병관 홍보이사와 염동철(45·한체대교수) 국제이사 등 40대 젊은 이사진이 최근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난맥상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역도계에서는 구속된 류원기 연맹 회장이 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져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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