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2013 하나은행 FA컵 4강전이 열린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1-1로 팽팽하던 균형은 한 순간에 갈렸다. 후반 12분 전북 오른쪽 풀백 이규로(25·사진)의 오른발이 번쩍였다. 부산 문전 외곽까지 전진한 이규로는 케빈의 패스를 이어받아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슛을 날렸다. 정확한 궤적의 공은 부산 골망을 출렁였다. 이 한 방으로 탄력 받은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 레오나르도의 쐐기골까지 더해 3-1로 이겼다. 결승전은 제주 유나이티드를 4-2로 누른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이 10월19일 또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갖는다.
● 부상 악령 탈출한 이규로
경기를 앞둔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규로가 안착할 때까지 1∼2주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최근 전북은 주력들의 줄부상으로 스쿼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락가락 경기력의 가장 큰 이유였다.
이규로도 최적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본래 오른 발목이 아팠던 그는 6월1일 K리그 클래식 부산과 홈경기(1-4 전북 패)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친 이후 3개월 간 재활에 전념했고, 볼 훈련을 한 지는 이틀에 불과했다. 또 포지션 특성상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호출받기 어려웠다. 이날 전북은 선발 라인업에 중앙 수비수 김기희를 측면으로 돌렸다.
하지만 상황이 꼬였다. 전북은 전반 10분 아크 오른쪽에서 케빈의 패스를 받은 정혁의 오른발 킥으로 리드했지만 부산이 전반 25분 이정호의 헤딩 골로 따라붙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기희는 전반 초반 허리를 다쳐 후반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결국 최 감독은 하프타임 직후 이규로를 투입했다. 주로 전북 오른쪽을 파고드는 부산의 강한 역공을 막고, 적절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기를 기대했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이규로는 적절한 타이밍의 공격 가담과 수비 안정으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 감독은 “‘무리하지 말고 경기운영만 90% 해 달라’고 당부했더니, 결승골도 책임졌다.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며 칭찬했다.
이규로도 “(부상을 안긴) 부산이라 신경이 쓰인 건 맞지만 기회를 준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었다. 늘 팀에 미안했다. 최대한 안 다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선배들의 커버플레이 덕을 많이 봤다. 의욕이 넘친다. 체력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