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을 둔 부모는 고달프다. 1년 내내 살얼음판이다. 위태위태한 걸음이지만 미끄러져선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레이스를 치러야한다. 공부야 학생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 외에는 부모도 함께 고민해야한다. 부모도 알아야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신경 쓸 일이 많다. 내 경험상 최대 난관은 모집 전형 파악이다. 제도 자체를 이해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14학년도 전국 215개 대학의 모집전형은 수시 1846개, 정시 1037개로 전체 2883개다. 원하는 대학의 수시전형 요강을 살펴봐도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해 경험한 지인에게 묻거나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 공부해야 겨우 알 수 있다.
최근 정부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또 바뀐다. 학부모는 괴롭다. 해방 이후 우리 대입제도는 수 없이 변해왔다. 대학별 단독시험제,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평가 등 수 많은 용어들이 등장한다. 마치 무협소설의 종파 같다. 누더기 입시제도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렇게 해선 백년대계는 어림도 없다.
파란만장한 입시 제도를 보면서 프로축구 K리그의 리그운영방식이 떠오른다. 꼭 닮았다. K리그도 한 가지 제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이랬다저랬다 반복했다. 진득한 게 없다. 올해 다르고 내년에 또 다르니 팬들은 헷갈린다. 올해 K리그는 출범 30년이 됐지만 리그운영을 보면 연륜이 쌓여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단일리그, 전후기리그 및 4강 PO, 단일리그 및 6강 PO, 전후기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등을 시행했다. 하도 자주 바뀌다보니 20년 이상 K리그를 지켜본 나도 아리송하다. 전체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해부터는 상·하위리그 스플릿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는 강팀끼리의 대결 횟수를 늘려 흥미를 돋우자는 취지다. 강자끼리 우승팀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스리그 출전권(3위 이내)의 주인공을 가리니 박진감이 넘친다. 팬들도 즐겁다. 상위권끼리의 빅 매치, 더비는 이미 관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위리그 팀들도 강등권 탈출을 통한 1부 리그 잔류라는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그런데 내년부터 이 제도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들린다. 하위리그 팀들의 주장이 강하다. 하위리그로 떨어지면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는 게 골자다. 하위리그는 아무리 잘해도 상위리그 꼴찌보다 못한 등수가 된다. 이는 상위권으로 갈 수 있는 기회의 박탈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얘기를 묵살하고픈 생각은 없다. 6강이나 4강 PO 때도 늘 불만은 있었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건 없다. 그런데 한시적 도입이라고 해도 스플릿시스템은 어느 때보다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시즌 중간에 이처럼 긴장감을 준 제도는 없었다. 한국적인 요소가 가장 많이 가미된 제도라는 생각도 든다.
아울러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 불만이 제기되자 이때다 싶어 또 다른 제도를 구상한다면 누더기 제도라는 오명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마인드라면 어떤 제도인들 온전할까. 제도의 효과를 봤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게 프로연맹 이사회가 할 일이다. 부분적인 보완이면 몰라도 전체를 뜯어고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긴장감 없는 프로는 존재할 수 없다. 강팀끼리의 대결은 활력을 불어넣고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내년에도 스플릿시스템은 계속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