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 정근우 “타자 컨디션 체크…70% 적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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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6일 07시 00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SK 정근우. SK의 주장이자 간판스타인 그는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올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그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SK 정근우. SK의 주장이자 간판스타인 그는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올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그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시즌 종료 후 FA 앞둔 ‘SK 꾀돌이’

SK는 2007∼2012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1980∼1990년대 무적 해태도 이루지 못한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 중심에 정근우(31·SK)가 있었다. 상대의 빈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그의 플레이는 SK 야구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 타 구단 관계자는 “상대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얄미운 선수”라는 한마디로 ‘정근우’를 요약했다. 올 시즌 정근우는 주장 완장까지 찼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SK는 시즌 막판 무서운 기세로 4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정근우는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팀에 활력을 불어 넣는 선수”라는 말로 그를 평가했다. 올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그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포스트시즌 진출 목표가 우선”이라며 스파이크 끈을 졸라맸다.

절묘한 타구위치 판단, 운인가? 노력인가?

신인때는 심리적 위축으로 수비 못한다는 핀잔 듣기도
타 팀에서 ‘얄밉게 야구한다’는 평가 들으면 행복하다
정확한 키 172cm…키 작아도 프로 우승·금메달도 땄죠
FA 압박?…초반에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


-어려운 시즌에 주장을 맡았다.

“처음에는 고사했다. 생애 첫 FA를 앞두고 내 야구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만수(SK) 감독님께서 몇 차례 말씀을 하시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보면 나도 공부가 많이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모 구단 관계자는 “FA 대어에게는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실력이겠지만, 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면밀히 고려한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시즌 초반이 아쉽다. 당시엔 왜 SK가 부진했다고 보나?

“초반엔 부상선수들도 많았고, 주축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못 뛰면서 감각이 들쑥날쑥했다. 자기 페이스가 안 올라오다 보니,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당연히 실수도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선수단이 나태해졌던 게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다.

“성적이 안 좋으니 그런 얘기도 나온 거다. 정상을 항상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다. 지금 잘 하고 있는 주축선수들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던 멤버다. 하지만 시즌 초반 경기에 많이 못나가니까, 팀 안으로 들어오기보다 개인적인 부분을 생각한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선수는 개인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 또한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감각이 돌아오고 성적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하지 않나.”

-타 팀에서는 “정근우가 야구를 얄밉도록 잘한다”고 말하던데.

“그 얘기를 듣는 게 사실 가장 행복하다. 야구는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수비 위치를 옮기면 절묘하게 그 쪽으로 타구가 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런 감을 얘기하는 것인가?

“순간적인 느낌을 중시한다. 타석에서도 살짝 폼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안타가 잘 나온다. 제일 큰 부분은 수비할 때다. 그 날 투수와 타자의 컨디션을 빨리 체크를 해야 한다. 첫 타석부터 그 타자가 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러면 느낌이 온다. 10번 정도 자리를 옮긴다고 치면, 7번 정도는 내 감이 맞는 것 같다.”

-언제부터 그런 감이 생겼나?

“프로에 와서도 처음에는 사실 야구를 멋모르고 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다녀오고부터 여유가 생겼다.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고 야구를 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2008∼2009년에 비해 한국야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의 대표팀 주축선수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SK와 두산의 라이벌 구도가 한국야구를 발전시킨 것 같다. 사실 2010년까지는 괜찮았다고 본다. 하지만 2011년부터 주루, 타격 등에서 수준이 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은 들었다. 투수들이 좋아져서 그렇단 얘기도 있는데, 막상 상대해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커 오는 새로운 선수들도 있다. 일종의 세대교체기일 수도 있다.”

SK 정근우. 스포츠동아DB
SK 정근우. 스포츠동아DB

-정근우도 처음부터 수비를 잘한 것은 아니라던데.

“신인 때(2005년)는 내야를 보다가 2년차 때 외야로 갔다. 선수들끼리 하는 얘기(은어)로 ‘손가락이 말렸다.’ 1루수에게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한 것이다. 마음의 병이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의 병?

“대학 때도 수비 못한단 소린 안 들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어깨가 아프다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송구가 안됐기 때문에 내게 공이 오면 무서웠다.”

-어떻게 극복했나?

“마음의 병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거다. 내 안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 어쩌지. 어쩌나.’ 이렇게 하면서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거다. 난 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가져야 한다. 결국 내가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나도 팔이 안 아프면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지게 됐다.”

-와이프와의 첫 만남도 악송구와 관련이 있다던데.

“2006년이었다. 좌익수를 보는데, 구단 프런트가 경기를 보러 왔다. 외야에서 덕아웃으로 공을 던지려고 했는데, 관중석으로 공이 넘어가서 프런트 쪽으로 떨어졌다. 비가 보슬보슬 오던 날이었는데, 와이프(당시 단장 비서)의 우산에 공이 맞았다. 우산이 깨졌다. 인생이란 이런 건가 보다. 손가락이 말린 게 와이프와 인연을 이어줬다.(웃음)”

-작년부터 성적이 다소 하향세라는 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2011년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면서 스윙 폼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파워스윙을 조금 못하는 것 같다. 스피드 있게 치는 게 아니라, 갖다대려고 하는 식으로…. 일단 훈련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통증이 사라지면서 많이 좋아졌다.”

-단신의 악바리 이미지는 정근우의 상징이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여러 편견을 깨왔는데, ‘단신 선수는 선수생활이 짧다’는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확히 키가 172cm다. 고등학교 때 키가 작다는 이유로 지명을 못 받았지만, 대학 졸업하면서 2차 1순위로 프로에 왔다. 프로 와서 우승을 했고, 올림픽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다 편견일 뿐이다. 오히려 장신 선수가 더 오래 못가지 않나?(웃음) 단신은 빠릿빠릿하게 자기 할 일을 잘 찾아서 한다. 장신은 느긋느긋한 것 같다.”

-올 시즌 끝나면 FA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FA 선배들 보면서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프로 와서 아프지 않고 그 기간을 채운다는 게 대단한 거다.”

-단도직입적으로 FA팀을 선택을 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

“지금은 그런 생각 안한다.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FA 때문에 성적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심리적 압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FA는 나 혼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4강밖에 생각 안한다. 시즌 초반에는 100에 70∼80은 FA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4강이 80이다. 하루하루 방망이 잘 치고, 팀이 이기는 것만 머릿속에 있다.”

-내년이면 프로 10년차다. 은퇴할 때까지 어떤 족적을 남기고 싶나.

“‘그 놈 참 팀에 필요했던 선수다. 그 놈 참 야구 잘했다. 그런 놈 다시 보기 힘들 거다.’ 이런 얘길 듣고 싶다. 얄밉게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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