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평균 3시간21분 역대 2위… 투수분업화 정착되면서 길어져
2010년 대책 내놨지만 ‘도루묵’
길어도 너무 길다. 연장 승부가 아닌데도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게 기본이다.
전체 576경기 가운데 514경기를 소화한 16일 현재 9개 구단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1분에 달한다. 지난주 초만 해도 3시간 22분이었지만 ‘빅매치’가 없었던 틈을 타 그나마 1분이 줄었다. 구단별로 보면 KIA가 3시간 29분으로 가장 길고, 두산이 3시간 28분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그래픽 참조).
41차례의 연장전을 제외한 정규 이닝 경기 시간도 3시간 17분이나 된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2시간 58분·9이닝 기준)과 비교하면 1이닝 정도를 더 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경기 시간이 가장 긴 팀은 보스턴인데 3시간 11분으로 국내 9개 팀 가운데 가장 짧은 NC(3시간 12분·9이닝)보다 경기를 일찍 끝냈다.
출범 원년인 1982년 3시간 2분이었던 프로야구 경기 시간은 이듬해 2시간 51분으로 11분 줄어든 뒤 한동안 2시간 50분대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투수가 선발, 중간, 마무리로 구분된 1990년대 중반부터 3시간 전후로 늘었고 1999년부터는 예외 없이 3시간을 넘겼다.
2009시즌 한 경기 평균 시간이 역대 최장인 3시간 22분으로 늘어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스피드 업’을 목표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고, 이전부터 있었던 투수의 12초룰(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12초 내 투구)을 강화해 처음 어기면 경고, 두 번째부터는 볼로 판정했다.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의 투구 지연에 대해서도 첫 번째는 주의, 두 번째는 경고, 세 번째는 보크 판정을 내리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듯했다. 2010년 경기 시간이 전년보다 10분이나 줄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년 대비 10분 이상 경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피드 업 프로젝트’는 3년 만에 도루묵이 됐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경기 시간이 올해처럼 3시간 20분을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팬들도 지루하고 장기적으로는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전반기가 끝난 뒤 감독자 회의 때 스피드 업을 주문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심판이 함께 노력해야 되는데 아직 선수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현재 1위 LG와 공동 3위(두산, 넥센)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어느 해보다 막판 4강 순위 싸움이 치열한 2013년이 ‘역대 최장 경기 시간’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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