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테스트 도중 부정행위 C심판 친한 심판 위해 코스난입, 콘 위치 조정 넉달째 징계 없다 “득도 실도 없다” 해명
현역심판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교육 도중 무단이탈해 술을 마시고 밤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당시 NFC에는 U-16여자대표팀이 합숙 중이었다. 음주 고성방가는 NFC가 2001년 11월 문을 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다. 또 다른 현역심판은 공식 체력테스트에서 동료 심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다가 현장에서 발각돼 퇴장 조치됐다. 두 사람 모두 1급 자격증을 보유한 부심으로 올 시즌 K리그 전임심판들이다.
#1 축구협회는 9월13일부터 14일까지 NFC에서 국내 최고 레벨의 심판들을 모아 놓고 탑 레프리 코스 교육을 진행했다. A심판은 13일 오후 5시경 강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NFC를 벗어나 지인과 술을 마시고 자정 넘어 들어와 0시30분경 NFC 본관에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놀란 U-16여자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뛰어나와 만류했지만 고성방가는 10분 이상 지속됐다.
#2 심판들은 연말 체력테스트에 합격해야 다음 해에 활동할 수 있다. 불합격했거나 군 입대 등의 이유로 테스트를 못 본 심판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활동 심판 체력테스트가 5월 대전에서 실시됐다. 심판 체력테스트는 강도가 세다. 400m 트랙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150m(30초)를 뛰고 50m(35초) 걷기를 번갈아 최소 20회 뛰어야 합격이다. 2011년까지 K리그 전임심판이었지만 이후 체력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B심판도 참가했다. B심판의 친한 후배 몇몇이 응원을 왔고, C심판은 그 중 하나였다. B심판이 속한 그룹의 테스트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C심판이 몰래 코스에 난입해 빨리 달리는 구단이 단축되고 천천히 달리는 구간이 늘어나도록 일부 트랙의 콘 위치를 조정했다. 명백한 부정행위였다. 이대로 테스트가 시작됐으면 B심판은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장 감독관에 의해 적발됐고, C심판은 곧바로 퇴장 당했다. 이후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콘 위치는 원위치 됐고 테스트는 정상 진행됐다. B심판은 탈락했다.
두 사건 자체도 황당하지만 협회의 대처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A심판은 ‘국가대표의 요람’ NFC에서 음주 난동을 부렸다. 더구나 어린 여자선수들이 합숙 중이었다. 협회 구성원으로 품위를 심각하게 위반했다.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협회 심판위원회는 9월24일 소위원회를 열어 3개월 배정정지를 결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K리그에서 낮은 등급이던 A심판이 최근 높은 등급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이런 일로 중징계를 내리기에는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깝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팔이 안으로 굽어도 너무 굽었다.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기에는 너무 큰 사안이다. 협회 내부에서도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일자 협회는 3개월 배정정지 결정을 반려하고 정식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부정행위 시도를 적발한 뒤 취한 협회의 사후조치는 더 어처구니가 없다. 넉 달이 지났지만 C심판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C심판은 최근까지도 K리그에서 깃발을 들며 포청천 역할을 수행했다. 심판팀 관계자는 “부정행위가 즉시 적발돼 콘을 되돌려 놓고 제대로 테스트가 진행됐다. 득도 실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해명했다. 납득이 안 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어떤 학생이 평소 친한 수험생에게 정답을 알려주기 위해 몰래 교실에 들어와 커닝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고 치자. 커닝에 실패했으니 그 학생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면 수긍할 수 있나. 또 협회는 C심판이 어떤 이유로 그런 대담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혹시 어떤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다. 심판팀 관계자는 “감독관이 C심판을 불러 이유를 물으니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고, 그 내용을 보고서에 기재한 게 전부다”고 밝혔다. 협회가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질까 두려워 무마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