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거액의 계약금…. 프로야구 1차 지명 선수들은 첫 걸음부터 팡파르를 듣는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하룻밤의 꿈으로 사라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반면 ‘홈런왕’ 장종훈(한화코치), ‘타격기계’ 김현수(두산)와 같이 신고선수로 출발해, 정상의 자리에 선 야구인도 있다.
지명을 받지 못했더라도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은 열려있다. 25∼27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리는 kt의 공개 트라이아웃 역시 그 중 하나다. 각양각색의 참가자가 모이는 만큼 그 풍경도 천태만상이다.
● 지명 이외에도 프로 진입 우회로가 있다?
25일 공개 트라이아웃을 지켜보던 kt 조범현 감독은 이종환(KIA)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종환은 2009년 가을, KIA에서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공개 트라이아웃 출신은 아니지만 우회로를 통해 프로에 진출한 사례다. 조 감독은 “당시 테스트 때부터 방망이 궤적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종환처럼 기존 구단들은 매년 쓸만한 신인들을 테스트해 신고선수로 선발한다. 모 구단관계자는 “지명이 끝난 뒤에도 능력 있는 선수들은 남아있다. 이들은 먼저 전화하는 팀이 임자”라고 설명했다. 문우람(넥센)이 대표적이다.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문우람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넥센 스카우트팀은 다음 날 바로 문우람의 집으로 찾아가 신고선수 계약을 했다.
● 공개 트라이아웃 참가자에겐 교통비도 지급한다?
한화(16일)와 SK(23일) 등 기존 구단들도 최근 신고선수 선발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관문은 좁다. SK 관계자는 “8명의 지원자 중 합격자는 단 1명뿐”이라고 밝혔다. kt의 공개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에는 기존 구단들의 선발테스트에서 불합격한 ‘재수생’도 있었다. 취업 재수생은 대부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kt는 공개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에게 교통비도 지급했다. 수도권 지원자는 하루에 5만원. 중부 이남의 지원자들에게는 하루 10만원을 줬다. kt 관계자는 “2박3일 참가자는 20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 참가자는 “지난주에 테스트 받은 팀은 2만밖에 안줬었는데…”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 예전엔 ‘지리산 도사’ 사칭 황당 참가자도 있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총 284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는 삼성 김용국 코치의 아들 김동영(전 삼성)을 비롯해 2004년 LG 2차 1번 지명 강창주, 2007년 LG 1차 지명 김유선, 삼성과 SK를 거쳐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한 안준형 등 화제의 참가자들도 있었다. KT는 284명 지원자 중 서류전형에서 61명으로 간추렸다. 나이가 많거나 운동을 쉰 기간이 긴 선수들은 제외됐다. 리틀야구 출신의 황당 지원자도 당연히 탈락. kt 조찬관 스카우트팀장은 “이번 트라이아웃의 사례는 아니지만, 한때 ‘지리산에서 도를 닦았고, 마구를 던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원자도 있었다”고 오래전 일화를 소개했다. 스카우트팀은 서류전형 과정에서 곳곳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청탁도 배제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 끝나지 않은 흙 속 진주 캐기
25일 테스트의 첫 관문은 100m 달리기였다. 일부 선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kt 노춘섭 스카우트는 “뛸 때의 순발력·밸런스가 좋은 선수들이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류현진(LA 다저스)의 사례처럼 달리기는 참고자료일 뿐. 기본적으로 치고, 던지는 능력이 평가의 중심이다. 스카우트들은 현재의 야구실력 이외에 신체조건과 군복무 여부, 수술 경력 등도 감안한다. 이들의 눈에 띄기 위한 지원자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일부 지원자들은 첫 날 오버페이스 때문에 다음 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공개 트라이아웃이 끝난 뒤에도, kt의 선수 확보는 계속된다. kt는 조만간 2군 리그가 끝나고 각 팀의 방출자가 정리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또 한번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