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 눈물 ‘뚝뚝’…뉴욕 양키스타디움 눈물 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15시 05분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냉정해야 한다. 실투 하나면 다 잡은 경기를 내줄 수 있기에 마무리 투수의 최고 덕목을 '강심장'으로 꼽는 이가 많다.

마리아노 리베라(44).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1위(652개). 게다가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포스트시즌에서만 통산 42세이브(1위)에 평균자책점 0.70(1위)이라는 가공할 성적을 남긴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이 결국 눈물을 쏟았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리베라가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투구를 하고나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

27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전. 8회초 1사 0-4로 끌려가던 양키스가 리베라를 마운드에 올렸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능력을 자랑하는 리베라가 4점차 뒤진 상황에 등판하는 것은 분명히 보기 드문 일. 하지만 조 지라디 감독은 리베라와 홈 팬들의 마지막 인사를 위해 교체를 감행했다. 이날 경기는 양키스의 홈 최종전이자 리베라의 양키스타디움 고별전이었다.

씩씩하게 마운드에 오른 리베라는 여유있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고 이닝을 끝냈다. 9회에도 공 7개로 투 아웃을 잡은 리베라가 마지막 타자와의 승부를 준비하는 사이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심판에게 교체 사인을 주며 마운드를 찾은 이들은 감독도 코치도 아닌 리베라의 동료인 앤디 페티트와 '캡틴' 데릭 지터였다. 두 선수의 깜짝 등장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리베라는 자신을 위한 이벤트란 사실을 알아챈 뒤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베라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리베라는 자신과 함께 올 시즌 종료 후 그라운드를 떠날 페티트의 품에 안겨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리베라와 페티트는 1995년 함께 빅리그에 데뷔한 각별한 사이. 리베라는 통산 652세이브 중 11%를 페티트 등판 경기에서 거뒀다. 통산 255승 중 208을 양키스에서 거둔 페티트도 승리의 35%를 리베라의 세이브에 기댔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지라디 감독의 눈도 촉촉이 젖었다. 리베라가 첫 세이브를 올릴 때 포수가 바로 지라디 감독이었다.

리베라는 양키스의 캡틴으로 1996년부터 17년 간 한솥밥을 먹은 지터와도 뜨거운 포옹을 나눈 후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흔들며 예의를 갖췄다. 리베라는 더그아웃에 돌아온 뒤에도 선수단 전원과 인사를 나누며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날 역사적인 리베라의 홈경기 마지막 경기를 보기위해 관중석을 꽉 채운 만원관중(4만 8675명)은 리베라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일부 팬은 리베라의 눈물에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관중석에는 리베라의 별명인 'MO'를 활용한 다양한 응원글이 눈에 띄었다. Thank you for the great 'MOment' 같은 식이다.

파나마 출신으로 어부의 아들인 리베라는 21세 때 양키스와 계약했다. 26세이던 1995년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리베라는 19년 간 핀스트라이프만 입은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7년 구원투수로 본격 변신한 뒤에는 뒷문지기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양키스의 왕조를 열었다.

통산 성적은 1115경기 출장 82승60패652세이브. 리베라는 은퇴를 선언한 올 시즌에도 6승2패 44세이브 평균자책점 2.11로 여전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리베라는 은퇴후 선교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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