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케냐의 철각’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31)가 29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3베를린마라톤 42.195km 남자부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03분23초의 세계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킵상은 2011베를린마라톤에서 패트릭 마카우(케냐)가 세운 종전 세계기록(2시간03분38초)을 15초 앞당겼다. 케냐의 강세는 이번 대회에서도 계속됐다. 2위는 엘리우드 킵초게(2시간04분05초), 3위는 제프리 킵상(이상 케냐·2시간6분26초)에게 돌아갔다.
올해로 40회째를 맞은 베를린마라톤은 평탄한 코스와 적절한 날씨 등으로 세계기록을 양산해 왔다. 2008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2시간03분59초)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2시간03분대에 진입하는 등 이번대회까지 남자부에서 6개, 여자부에서 3개 등 총 9개의 세계기록이 나왔다. 킵상은 우승 상금 4만 유로와 세계기록 수립 보너스 5만 유로 등 총 9만 유로(약 1억3000만원)를 챙기게 됐다.
킵상의 세계기록을 100m로 환산하면 17초54가 나온다. 이에 대해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마라톤은 지구력이 아니라 스피드 싸움이 된 지 오래다. 5000m, 1만m에서 케냐의 강세가 마라톤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하프코스에서는 58분대 기록이 나오고 있다. 코스와 날씨, 신발과 유니폼, 과학적인 훈련법, 경쟁구도까지 더해지면 2시간 벽도 허물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아시아 선수들이 달릴 때 뒤꿈치 착지를 하는 반면, 케냐 선수들은 발끝으로 착지를 한다. 고양이가 떨어질 때 발가락 부위로 착지해 충격을 줄이는 것처럼, 이런 주법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남자마라톤 비공인 세계기록은 제프리 무타이(케냐)가 2011보스턴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03분02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