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김창훈(28)은 왼손 언더핸드 투수다. 올해는 1군 무대에 3경기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28경기에서 평균자책 2.08로 원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포스트시즌에도 출전했었다. 이대수 트레이드 때 한화에서 건너온 그는 원래 오버핸드 투수였지만 2011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한 뒤 옆구리 투수로 변신했다.
왼손 사이드암 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보기 드물다. 하지만 두산(옛 OB 포함)에는 유독 왼손 사이드암 투수가 많았다. 시작은 1989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뽑은 이진(47)이었다. 왼손 스리쿼터 형태로 던지던 이진은 데뷔 첫해 7승(4패 2세이브)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 던지는 팔의 높이가 점점 내려오면서 1승(4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LG를 거쳐 1998년 OB로 건너온 이경원(36)은 평균자책 81.0으로 그해를 마치자 ‘스위치 투수’의 길을 선택했다. 오른손 타자한테는 원래 투구 폼인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고 왼손 타자 상대 때는 팔을 내려 사이드암으로 공을 던졌다. 두산 현역 선수 중에서는 이혜천(34)이 사실상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각도로 공을 던진다.
두산에 유독 이런 투수가 많았던 건 왼손 투수 갈증 때문. 어떻게든 왼손 투수의 장점을 살려보려고 변칙 투구 폼까지 주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살아난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 두산 팬들이 “우리 팀에는 왼손 투수 성장을 가로막는 수맥이 흐르는 것 같다”고 자조할 정도였다. 2009년 히어로즈(현 넥센)에서 13승(10패)을 거둔 이현승(30) 역시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뒤에는 2년간 6승에 그쳤다.
이 지독한 갈증을 해결한 게 바로 유희관(27·사진)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선발 경기에서 10승에 성공하며 1988년 윤석환(52)이 13승(3패 14세이브)을 거둔 이후 25년 만에 10승을 넘긴 두산의 토종 왼손 투수가 됐다. 유희관 역시 특이하다면 특이한 왼손 투수. ‘아리랑 홍보 대사’로 뽑힐 만큼 느린 공으로 승부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풀어야 할 갈증이 아직 하나 남았다. 유희관이 신인상을 타게 되면 1984년 윤석환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신인상을 탄 이 팀 왼손 투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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