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 “신인왕 넘어 ‘최다연속 10승이상’ 꿈” 나성범 “이재학 신인왕, 난 구단 첫 MVP 도전”
쌍방울은 비운의 팀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1991년 1군 첫해 쌍방울 팬들은 2명의 신인선수를 보며 열광했다. 연고지는 유일하게 ‘직할시’가 아니었고, 모그룹의 명성도 타 팀에 비하면 약했다. 그러나 신인으로 27홈런을 날린 김기태(현 LG 감독)와 9승27세이브를 올린 조규제(현 KIA 코치)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이름이었다.
제9구단 NC팬들에게도 자랑하는 이름이 있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23)과 3번타자 나성범(24)의 쑥쑥 성장하는 모습은 NC의 가장 큰 희망이다.
1일 마산 넥센전에서 이재학은 꿈에 그리던 10승을 달성했다. 방어율 2.88은 국내 투수 중 최고이며, 팀 동료 찰리(2.48)에 이어 전체 2위다. 평생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 경쟁에서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재학은 이미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선수생활 전체를 건, ‘최다 연속시즌 10승 이상’을 향한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다.
2일 마산구장에서 이재학은 “10승은 투수로 항상 그리던 꿈이었다. 만약 신인왕을 받으면 큰 영광이다. 그러나 한 해 반짝하는 투수가 아니라 10년 이상 10승을 거두는 꾸준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 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은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가 보유한 10년이다. 꾸준함과 성실함 없이는 결코 다가설 수 없는 대기록이다. 이재학은 “내년 시즌이면 당장 타자들이 더 분석하고 타석에 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매년 발전하겠다. 올 겨울에는 서클체인지업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날카롭게 가다듬겠다”고 다짐했다.
나성범은 이재학이 선발 등판한 1일 1-2로 뒤진 상황에서 넥센 문성현에게서 역전 결승 3점홈런을 때렸다. 신인왕에 도전하는 동료에게 10승을 안겨주는 화끈한 선물이었다. 나성범은 “(이)재학이가 꼭 신인왕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 타석 집중했다”며 웃었다. 시즌 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신인이지만 신인왕에는 한발 뒤쳐져 섭섭할 법도 하지만, 그 역시 더 큰 꿈을 갖고 있었다. 나성범은 “개막 직전 수술을 받은 것은 몸 관리를 못한 내 탓이다. 재학이가 정말 좋은 활약을 해줬다. 섭섭함은 없다. 꼭 축하해주고 싶다. 재학이가 신인왕을 받으면 난 구단 최초의 시즌 MVP(최우수선수)에 도전하겠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