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프로축구 성남일화를 인수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일화 인수 및 시민구단 창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남일화는 축구사랑이 남달랐던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가 작년 9월 세상을 떠나고 그룹이 내년부터 재정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1989년 구단 창단 후 24년 동안 모기업 지원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온 탓에 K리그 7회 우승, 전무후무한 두 차례 3연패라는 빛나는 성적은 빈 껍데기였다.
성남일화는 부랴부랴 시민구단 전환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현 연고지인 성남시와 협상을 진행했다. 성남시는 이와 관련해 4∼6월 타당성 연구용역을 통해 신생구단 창단, 기업구단 유치, 성남일화 인수 중 성남일화 인수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성남시는 6월 초 성남일화에 “시민구단 창단은 장기적인 플랜이다”고 최종 통보했다. 구단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여론 수렴, 재정 압박 등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통일교 계열 구단 인수에 대해 성남시 기독교계가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이 과정에서 안산시가 성남일화 인수에 뛰어 들었고, 이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물줄기를 바꾼 것은 축구 팬들이었다. 지난 달 추석연휴 직전 성남 축구팬들과 축구연합회가 2차례 궐기대회를 열어 시민구단 창단을 촉구하고 시와 시의회를 압박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성남시 관계자가 궐기대회를 찾아 동향을 체크했다.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이재명 시장도 트위터를 통해 여론을 살피고 종교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 시장은 인수발표 기자회견 당일에도 종교 지도자들과 오찬을 했다.
성남시는 구단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종교적 갈등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은 “성남일화는 화려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많은 성남시민들이 축구를 사랑하지만 외부적 요소 때문에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이것이 제거되면 억눌렸던 축구사랑이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남은 뛰어난 성적에도 흥행은 늘 빵점이었다. 통일교라는 색깔을 완전히 빼면 종교적인 이유로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팬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