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31)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목표가 분명히 있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27일 마산 NC전에서 시즌 9호 홈런을 날린 뒤 두 자릿수 홈런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사실 김태균에게 올 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은 한 해였다. 주장 완장을 찬 첫 해 팀이 개막 13연패에 빠지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했고, 팀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죄책감으로 타석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 8월 22일 대전 KIA전에서 주루플레이 도중 오른 갈비뼈를 다쳐 한 달 가량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미 팀 순위는 최하위로 결정난 상태. 그러나 그는 쉬면서도 쉬지 못했다.
“도저히 이대로 시즌을 끝낼 수 없었다”는 김태균은 결국 다시 방망이를 잡았고,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지 34일 만인 지난달 25일 대전 LG전을 통해 복귀했다. 그는 컴백 이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381에 홈런도 2개나 쏘아 올렸고 5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한 가지 남은 과제를 위해 더욱 고삐를 조였다. 바로 시즌 10홈런. 김태균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2010~2011년 일본 지바롯데 시절 제외)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올해 그 명맥이 끊길 위기였지만, 시즌 2경기를 남겨놓고 마침내 성공했다. 2일 잠실 LG전에서 2-6으로 뒤진 3회 무사 1·3루서 우규민을 상대로 추격의 3점 홈런을 때려냈다.
맞자마자 홈런임을 짐작케 한 큰 아치(비거리 125m)였다.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낸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김태균은 “내 개인성적보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두 자릿수 홈런타자를 배출했던) 팀 역사가 끊길 뻔했는데, 팀의 자존심을 지킨 것 같아 다행”이라며 “쉬면서 체력적으로 올라왔고 덕분에 집중력이 생긴 것 같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