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는 3일 현재 73승으로 넥센보다 2승이 더 많지만 승차에서는 겨우 0.5경기 앞서 있다. 이 때문에 LG가 5일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도 넥센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다 이기면 3위로 밀려나게 된다. 올 시즌 LG는 무승부가 없어 승률을 계산할 때 분모에 모든 경기를 다 넣어야 한다. 반면 넥센은 무승부 두 경기를 빼고 계산하기 때문에 승수가 적어도 승률은 더 높다. 프로야구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치열한 상위권 순위 다툼이 계속되면서 무승부 숫자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는 1995년에도 OB(현 두산)와 함께 74승을 올렸지만 무승부가 하나 적어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는 승률을 계산할 때 무승부를 0.5승처럼 취급했다. 이 때문에 5번 비긴 OB가 4번 비긴 LG에 1무승부 앞서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LG는 당시 3위 롯데에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최종 순위에서 3위에 그쳤다.
그렇다고 LG가 ‘무승부 장사’에서 손해만 본 건 아니다. LG는 2002년 두산과 똑같이 66승을 거뒀지만 LG가 6무, 두산이 2무로 시즌을 마치는 바람에 4위로 포스트 시즌에 턱걸이했다. 이때 무승부가 모자랐다면 LG 팬들의 ‘가을야구’ 갈증은 13년으로 늘어났을지도, 당시 LG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이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을 얻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LG는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고, 상대팀 삼성 김응용 감독이 “야구의 신과 경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데서 김성근 감독의 별명이 유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신도 무승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것. 2009년 SK는 리그에서 패(47패)는 가장 적고 무승부(6무)는 가장 많은 팀이었다. 올해 승률 계산 방식이면 SK(0.630)는 KIA(0.628)를 꺾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승부를 패배와 같이 처리하는 승률 계산 방식(승수÷경기 수)이었다. 이 때문에 SK(0.602)는 KIA(0.609)에 뒤져 2위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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