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해태 사령탑을 맡았던 한화 김응룡 감독은 광주구장을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평양 인근의 평안남도 평원군이 고향인 실향민 김 감독에게 광주구장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새 집(구장)이 들어섰으니, 헌 집은 떠나는 게 당연하다. 새 집이 지어졌으니 좋은 거지…”라면서도 마음의 고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숨기지 못했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광주구장과 40년 인연을 이어온 KIA 선동열 감독도 똑같다. 선 감독은 광주구장 마운드에서 ‘국보’라는 별명을 얻고 ‘무등산 폭격기’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해태 선수로 6차례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이제는 지도자로서 광주구장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다. 선 감독의 프로 데뷔는 1985년. 그러나 그가 광주구장 마운드에 처음 선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인 1973년이었다. “초등학교 때 광주구장 마운드를 처음 밟았다”고 되돌아본 선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광주구장에서 모든 영광을 누렸다고 할 만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감독으로서 그 영광을 재현하지 못해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아무래도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오래 남아 있기 마련”이라며 “광주일고 2학년 때 광주상고(현 동성고)와 게임에서 9회 끝내기안타를 맞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상대 타자가 이 수석(이순철 코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운드의 흙을 좀 퍼가야 할까봐”라며 광주구장에 대한 진한 애정을 내비친 선 감독은 “광주구장은 내게 많은 추억을 가져다준 곳”이라며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