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운동이나 근육운동 등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준비운동의 일환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운동 전 기지개를 켜듯 스트레칭을 시원하게 하고 나면 몸의 유연성이 향상되는 느낌이 드는 데다 운동 중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 전문가는 과학적 근거 부족을 내세우면서 운동 전 스트레칭 무용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부상 방지에 하등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또다시 나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 연구팀은 ‘스칸디나비아 운동 의과학지’ 2013년 3월호에서 1966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104편의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과, 고정자세에서 하는 정지성 스트레칭을 준비운동으로 시행할 경우 운동 능력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즉 정지성 스트레칭은 근육 유연성을 향상시키기는 하지만, 근육과 관절의 지지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일반적인 근력과 순간적인 힘을 내는 능력을 모두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런 스트레칭을 90초 이상 지속할 경우 근력 저하가 더 현저히 나타난다고 밝혔다. 물론 스트레칭 시간을 줄이면 부정적 효과 역시 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준비운동으로 정지성 스트레칭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정지성 스트레칭은 피해야
그런가 하면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 연구팀도 2013년 4월 ‘체력-상태 조절 연구 저널(The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들은 분석을 위해 스쿼트(squat·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하체운동)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동일 조사대상자에게 한 번은 운동 전 정지성 스트레칭을 한 후 스쿼트를 하게 하고, 또 한 번은 스트레칭 대신 워밍업을 한 다음 스쿼트를 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스쿼트 전 정지성 스트레칭을 한 경우 무게를 드는 능력이 8.36% 감소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2010년 골프 운동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아마도 “아! 스트레칭의 효과가 이럴 줄은 몰랐어. 이제부턴 스트레칭을 하지 말아야겠구나”라며 배신당한 느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릴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스트레칭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스트레칭이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건강한 자세나 신체 감각 유지에 큰 도움을 주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스트레칭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보자. 첫 번째는 스트레칭을 운동 전이 아닌 운동 후 마무리운동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운동 전 시행하는 스트레칭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충분히 덥혀지지 않은 근육과 신체조직에 무리한 동작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운동이 끝난 후 몸 전체가 활발한 혈액순환으로 덥혀지고 탄성이 가장 높을 때 스트레칭을 하면 바라는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운동 전 아예 준비운동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준비운동은 글자 그대로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 시행하는 모든 동작을 가리키는 것으로 스트레칭도 포함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워밍업이다. 예를 들면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 전 가볍게 뛰면서 몸을 덥혀주거나 본격적인 근육운동을 하기 전 가벼운 무게로 예비 동작을 해주는 것 등을 말한다.
보통 운동 전 워밍업을 충분히 했는지는 땀이 나려고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잡으면 된다. 물론 워밍업으로 몸을 충분히 덥혀준 다음 스트레칭까지 준비운동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준비운동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스트레칭 활용 방법은 전통적인 정지성 스트레칭 외에 다른 스트레칭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스트레칭이라고 한 묶음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기준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정지성 스트레칭 △동작성 스트레칭 △활동성 스트레칭 △PNF 스트레칭 4가지로 나눠 생각하면 알기 쉽다. 마무리운동으로 활용 땐 최고의 방법
먼저 정지성 스트레칭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양발을 바닥에 붙인 채 허리를 굽혀 양손을 가능한 한 발끝까지 닿게 한 뒤 그 상태로 일정 시간을 지속하는 자세다. 사실 운동 전 스트레칭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논문 대부분은 정지성 스트레칭을 그 대상으로 한다. 동작성 스트레칭은 정지성 스트레칭에 동작을 가미한 것이다. 즉 앞서의 정지성 스트레칭 자세에서 그냥 고정자세로 있지 않고 손끝을 발끝에 닫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결국 약간의 워밍업 효과를 겸하기 때문에 정지성 스트레칭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활동성 스트레칭은 사실상 워밍업 동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축구선수 같은 전문 운동선수들이 시합 전 운동장에서 몸을 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들이 하는 무릎 높이 들기(high knee), 카리오카(carioca) 춤동작 등이 바로 그것이다. 헬스클럽에서 많이 보는 런지(lunge·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다리 운동) 역시 여기에 속한다.
PNF 스트레칭은 ‘고유 수용성 신경근 촉진 스트레칭(proprioceptive neuromuscular facilitation)’이라는 매우 어려운 학술용어의 영어 약자다. 원래 1940년대 환자 재활치료를 위해 개발했지만 곧 일반인의 신체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후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이 방법은 우리 몸의 신경근육계에 존재하는 고유의 감각 특성을 활용해 최대한 스트레칭을 해줌으로써 신체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헬스클럽에서도 트레이너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스트레칭이 주는 효과는 매우 크지만, 숙련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보조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으로 손쉽게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 스트레칭 활용 방법은 정지성 스트레칭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스트레칭을 안 하면 다른 운동을 하기가 어색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즉 준비운동으로 정지성 스트레칭만 하기를 원한다면 가급적 한 동작의 지속시간을 45초 이하로 줄여서 하는 방법이다. 이 기준은 앞서 말한 자그레브대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인데, 45초 이하는 정지성 스트레칭의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결론적으로 어디선가 “스트레칭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듣더라도 깜짝 놀랄 필요는 없다. 이는 대부분 정지성 스트레칭을 유일한 준비운동으로 하면서 한 동작을 90초 이상 시행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동적인 스트레칭을 이용하거나 정지성 스트레칭이라도 몸이 충분히 덥혀진 다음 마무리운동으로 활용한다면 스트레칭은 언제나 우리의 든든한 동반자로 남을 것이다.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3년 10월 8일자 9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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