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45·사진 왼쪽) 감독과 두산 김진욱(53·오른쪽) 감독이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둘은 그동안 특별한 인연과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는 아니지만, 8일부터 목동과 잠실을 오가며 준플레이오프(준PO) 전쟁을 펼쳐야 한다.
가을에 이기고 싶지 않은 남자는 없다. 특히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재수생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준PO에 진출했지만, 첫 관문에서 정규시즌 4위 롯데에 1승3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올해 파트너는 롯데에서 넥센으로 바뀌었지만, 이번 준PO는 설욕의 무대다.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 2년 연속 팀을 가을무대로 이끈 점은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자칫 이번에도 첫 관문에서 떨어진다면 ‘가을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야구계에서도 소문난 젠틀맨이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 팀이 이기거나 지거나 그는 언제나 팬들 앞에 허리를 90도까지 숙여 인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감독에게 더 중요한 덕목은 승부다. 야구 후배이자 초보인 염 감독에게 패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넥센과의 ‘지하철 시리즈’를 잡고 PO에 올라 잠실 라이벌 LG와의 ‘덕아웃 시리즈’를 머리에 그리고 있는 김 감독이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역사를 만들었다. 올해 처음 사령탑 자리에 올랐지만 정규시즌에서 그는 초보답지 않은 ‘준비된’ 작전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갖가지 묘수들을 두면서 ‘스마트 야구’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그러나 다 잡았던 PO 직행 티켓을 놓친 점이 아쉽다. 특히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하필이면 최하위 한화에 덜미를 잡힌 부분은 두고두고 아플 수밖에 없다. 만약 가을잔치 첫 관문에서도 패한다면 1년 내내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역시 초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두산을 꺾고 죽마고우인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LG와의 PO 진검승부를 벌이고 싶은 게 염 감독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