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 스타 류현진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 마운드 위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 앞서 “1차전에서 긴장감을 떨치면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스스로 경기 후 “월드베이스볼, 올림픽 때보다 더 긴장했다”고 말할 정도로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7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출장한 LA 다저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최악의 피칭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31번째 가장 중요한 등판에서 최소 이닝 피칭으로 선발투수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3이닝 6안타 4실점 1볼넷 1삼진. 다행히 상대 선발인 애틀랜타의 신인 훌리오 테에란도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난타를 당한 데다가 다저스의 타선이 폭발하면서 류현진의 부진이 묻혔다. 테에란은 2와 3분의 2이닝에 8안타 6실점 1볼넷 5삼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승리투수는 류현진을 구원한 좌완 크리스 카푸아노(3이닝 3볼넷 3삼진)에게 돌아갔다. 다저스는 13-6으로 대승을 거두며 2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다.
애틀랜타의 프레디 곤살레스 감독은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저스의 두 좌완 투수 클레이턴 커쇼와 류현진을 의식해 좌타자를 징검다리 타순(1번, 3번, 5번)에 포진시켰다. 류현진은 1회초 우타자에게 3안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1회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곤살레스 감독의 징검다리 타순이 효과를 본 셈이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3회초였다. 연속 3안타를 얻어맞으며 무사 만루에 몰린 류현진은 스스로가 밝힌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로 2점을 더 내줬다. 1루 병살타성 타구 때 1루 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해 2사 3루가 될 것을 1사 1, 3루 위기가 이어져 결국 4점째를 준 것. 류현진은 경기 후 “두 플레이 모두 내 잘못이다. 1루 커버 때 너무 서둘렀다. 두 번째 홈에 던진 것도 생각 없이 한 실수였다. 다음에는 이런 플레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3회말 공격 때 대타 마이클 영을 기용해 류현진을 교체했다.
다저스는 4-4 동점을 이룬 3회말 에이드리언 곤살레스, 스킵 슈마커의 적시타로 6-4 균형을 깬 뒤 경기 주도권을 쥐고 3차전을 타격전으로 끝냈다. 이날 다저스의 13점은 팀 역사상 1956년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13-8로 승리했을 때와 타이기록이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피칭과 몸 상태에 대해 “오늘은 아주 나쁜 날 가운데 하루였다. 구속은 시속 93마일(약 149km)이었다. 91마일이 보통 정상이었다. 그가 해낼 수 있는 로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기였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몸에 이상이 있었다면 오늘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한 경기 부진했다고 모든 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 팀 승리의 일부분이다”라며 류현진의 사기를 올려줬다. 류현진도 여러 차례 부상 관련 질문이 나오자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부상은 없다.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다치지도 않았고 그것이 피칭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다”라고 짜증 섞인 대답을 했다.
한편 디비전시리즈 4차전은 8일 오전 10시 30분 리키 놀라스코(다저스)-프레디 가르시아(애틀랜타)의 선발 대결로 벌어진다.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에 먼저 2승
또 다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피츠버그가 세인트루이스를 5-3으로 꺾고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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