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이대호, 저기서도 이대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9일 03시 00분


오릭스 선수들 “남아달라” 전원 사인… 소프트뱅크 이적-ML 진출 가능성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경기 전 오릭스 선수들은 자신들의 사인을 빼곡히 쓴 종이 한 장을 이대호(31·사진)에게 선물했다. 그 종이 한가운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대호 상(さん·존칭), 내년에도 함께 우승을 노려 봅시다.”

이대호는 8일부터 시작되는 라쿠텐과의 시즌 마지막 방문 3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순위가 결정된 마당이라 코칭스태프가 배려를 한 것이다. 오사카에 남은 이대호는 신변을 정리한 뒤 15일경 귀국한다. 헤어지기에 앞서 동료 선수들이 이대호와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깜짝 이벤트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경기 후 일본 언론들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대호는 “동료들과 함께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다. 단, 조건이 맞는다면”이라고 답했다.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이다. 이미 일본 언론들을 통해 이대호의 몸값은 올해(2억5000만 엔)보다 1억 엔 오른 3억5000만 엔 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년 계약을 하면 7억 엔이다. 올해 연봉을 기준으로 할 때 일본프로야구 전체 6위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몸값은 오른 게 아니라 깎인 걸로 볼 수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 이대호의 연봉은 2억5000만 엔이었지만 계약금 2억 엔이 따로 있었다. 총액으로는 이번과 똑같은 2년간 7억 엔이다. 당시 환율로는 109억 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7억 엔은 77억 원이 조금 넘는다. 무려 30억 원이 넘게 차이가 난다.

이대호의 거취를 둘러싼 변수도 많다. 8일자 스포츠호치는 믿을 만한 4번 타자 부재로 고전한 소프트뱅크가 이대호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 사다하루(왕정치) 회장이 직접 말한 것이라 신뢰할 만하다. 이대호는 또 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려 보겠다고 말한 터라 조건만 맞는다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이대호는 7일까지 팀이 치른 141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03에 24홈런, 91타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뛴 2년간 팀의 4번 타자로 맹활약을 펼친 터라 올겨울 그의 거취가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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