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타석 부진 떨치고 1차전 승리 주역 7회 수비에서도 천금같은 더블플레이 PS 경험부족 동료들에 자신감 심어줘
주장이 끝냈다.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의 첫 가을잔치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 환희에 최고의 마침표를 찍은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히어로즈의 캡틴이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드라마. 2013년 10월 8일, 목동구장의 첫 가을밤은 주장 이택근(31)의 끝내기 안타와 함께 한껏 무르익었다.
위기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준비된 시나리오였다. 넥센은 2-2로 맞선 6회말 이성열의 좌전 적시타로 귀중한 한 점을 뽑았다. 그 리드는 8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승리를 눈앞에 둔 9회초 2사 1루서 두산 정수빈에게 불의의 동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올해의 세이브왕 손승락이 마운드에 서 있었으니, 넥센으로선 더욱 뼈아팠을 1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건 9회말의 극적인 결말을 위한 ‘전개’에 불과했다.
운명의 9회말. 첫 타자 유한준이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허도환이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서건창의 고의4구로 1사 1·2루. 두산은 결국 마무리 투수 정재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다음 타자 장기영이 1루수 땅볼로 아웃. 2사 2·3루가 됐지만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이택근이 앞선 4타석에서 삼진을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난 터라 더 그랬다.
그러나 이택근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7회초 수비에서도 침착하게 더블아웃을 성공시켜 박수를 받은 그였다. 1사 1루서 두산 대타 오재일의 잘 맞은 타구를 정확하게 잡아낸 뒤 1루로 재빨리 송구해 주자까지 잡아낸 것이다. 그 집중력이 마지막 타석에서도 빛을 발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정재훈의 4구째를 깨끗하게 밀어 쳤고, 타구는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반으로 가르며 깨끗하게 빠져 나갔다. 천금같은 끝내기 결승 적시타. 이택근은 1루로 향하면서 양 팔을 한껏 펼치고 기쁨을 만끽했다. 넥센 덕아웃에서 모두가 뛰어 나와 펄쩍펄쩍 뛰며 포효한 것은 물론이다. 이택근은 이 안타와 함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의 100만원 상당 숙박권을 받는 겹경사도 누렸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일천한 선수가 대부분인 넥센.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가 ‘경험 부족’을 걱정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와 함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정규시즌 홈런·타점왕인 4번타자 박병호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박병호 공포’를 현실로 만들었다.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는 6.1이닝을 7안타 무4사구 2실점으로 막아내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 2004년 현대의 우승을 함께 했던, 넥센의 몇 안 되는 ‘경험자’ 이택근이 마지막 순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넥센이 연출할 ‘가을의 기적’이 주장의 끝내기 안타와 함께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 넥센 이택근=전에 찬스 상황이 왔었는데 기회를 못 살려서 마음이 무거웠다. 마지막에 찬스 왔을 때는 무조건 쳐야겠구나 생각했고, 뒤에 (박)병호가 있기 때문에 승부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쳤다. (끝내기 상황에 대해선) 시즌 때 (정)재훈이의 커터성 볼에 땅볼을 많이 쳤기 때문에 그 볼과 빠른 볼에 초점을 맞췄고 그게 주효했다. (현재 컨디션은) 피곤한 건 사실인데, 시즌 후반기 스케줄이 좀 너무 불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도 피곤하겠지만 우리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피곤할 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