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패기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넥센에는 다행히 약이 된 듯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9일 목동구장 넥센 덕아웃은 가을잔치의 긴장이 아닌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미 1차전에서 기분 좋은 맛보기를 끝낸 덕분이다.
첫 가을잔치에서 승장이 된 넥센 염경엽 감독은 1차전을 복기하다가 “다행히 선수들이 첫 타석부터 잘 풀려서 걱정을 많이 덜었다. 긴장을 푸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1번타자 서건창이 첫 타석부터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극심한 견제가 예상됐던 4번타자 박병호도 첫 타석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좌완 불펜 강윤구도 짧지만 굵게 포스트시즌의 느낌을 만끽했다. 3-2로 1점 앞선 8회 1사 1루서 등판해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고 교체됐는데, 그 아웃카운트 하나에 목동구장 홈 관중석이 떠들썩해진 것이다. 강윤구는 “삼진 하나를 잡았을 뿐인데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마치 영웅이 된 기분이었다. 확실히 시즌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더라.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쑥스러워했다. 역시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른 2년차 셋업맨 한현희의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위기가 달라서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티가 안 난 것만으로도 작전 성공”이라며 활짝 웃었다.
넥센은 1차전에서 충전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2차전에서도 9회말 극적인 동점을 이룬 뒤 연장 10회말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틀 전 미디어데이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겁 없이 달려드는 선수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던 이택근과 박병호의 다짐은 목동구장에서 그대로 실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