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毒蛇)는 가을에 제일 무섭다. 겨울잠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듬뿍 섭취한 뱀은 독이 바짝 올라있어 물리면 치명적이다. 가을 곰들도 독기를 품어야 했다. 하지만 두산의 가을야구를 보면 벌써 겨울잠에 취한 듯하다. 방망이가 문제였다.
두산은 정규 리그 막판까지 LG, 넥센과 2위 경쟁을 했지만 4위에 그쳤다. 그러나 팀 타율은 9개 구단 가운데 단연 1위(0.289)였다. 장타율(0.420)과 출루율(0.370)도 리그 최고를 기록할 만큼 타선에 힘이 있었다. 정규 리그에서 과로한 탓일까. 두산 타선은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넥센을 상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규 리그 목동구장에서 두산의 팀 타율은 0.276으로 다소 낮았지만 중심타선(3∼5번)인 민병헌(0.269)과 김현수(0.385), 홍성흔(0.367)의 타격감이 좋았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러나 세 선수가 준PO 1, 2차전에서 때린 안타는 단 2개. 홍성흔과 민병헌이 1, 2차전에서 하나씩 기록한 게 전부다. 타점은 아예 없다.
특히 김현수는 8타수 무안타로 4번 타자의 존재감을 완전히 잃었다. 4할 타율을 기록했던 지난해 준PO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현수가 4번 타자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준PO 통산 최다 출장(19경기) 기록을 세운 홍성흔은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2차전에서 패한 뒤 김 감독은 “중심타선이 부진하다”며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제 타격이 나온다. 좋은 타순을 고민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면 3차전에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내몰린 두산의 중압감은 더욱 커졌다. 두산은 3차전에서 노경은을, 넥센은 오재영을 선발로 예고했다. 두산은 잠실구장에서 넥센을 상대로 팀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김현수와 홍성흔은 올 시즌 오재영을 상대로 안타가 없다. 두산이 3차전에서 반전을 노린다면 잔뜩 약이 오른 중심타선이 반드시 맹독을 내뿜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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