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전까지 선발승·선발패 없는 준PO 토종·용병 에이스 팀 운명 건 맞대결 유희관 제구력 vs 나이트 관록투 불꽃
두산과 넥센이 맞붙은 ‘2013년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는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3연속경기 끝내기 승부가 이어지는 등 여러 진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4차전까지 매 경기 1점차 승부가 펼쳐진 것도 드문 일이다. 특히 4차전까지 양 팀 선발투수 8명이 모두 승 또는 패를 기록하지 않은 점도 이채롭다. ‘선발승’과 ‘선발패’가 없는 ‘불펜시리즈’인 것이다.
그렇다면 5차전은 어떨까?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속단할 순 없지만, 5차전만큼은 오히려 어느 때보다 선발의 어깨가 더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펼쳐진 22번의 준PO, 29번의 PO, 30번의 한국시리즈에선 적어도 한 번 이상 선발승 또는 선발패가 기록됐다. 선발승 또는 선발패가 없이 시리즈가 끝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패 뒤 2승을 거두고 리버스 스윕의 희망을 키우고 있는 두산의 5차전 선발은 올 시즌 ‘느린 볼 투수’로 각광받은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9일 준PO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3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승리는 챙기진 못했지만, 스트라이크존 맨 아래에 걸치는 환상적 제구로 구속의 약점을 극복하며 넥센 타선을 윽박질렀다. 무엇보다 장소가 목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넥센 간판타자 박병호를 3타수 무안타로 묶는 등 두산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잠실에서 충격적인 2연패를 당하고 2승2패로 안방으로 돌아온 넥센은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나이트를 5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나이트는 1차전에서 6.1이닝을 던져 4사구 없이 7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관록투가 돋보였다. 나이트는 유희관보다 하루를 더 쉬었다는 이점도 안고 있다.
유희관이나 나이트, 두 선발투수 모두 쉽게 난타를 당하거나 대량실점을 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양 팀 타격감이 바닥을 치고 조금씩 상승 분위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라는 점, 큰 경기의 특성상 미묘한 계기에 따라 심리적으로 투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도 배제하지 못한다. 둘 중 한 명이 일찍 무너지면 의외로 5차전은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반대로 또 한번 불펜 승부로 이어진다면 넥센에선 한현희와 손승락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손승락은 잠실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아 2이닝 마무리로도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은 3차전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변진수와 윤명준, 그리고 또 한 차례 구원 등판이 가능한 니퍼트의 컨디션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