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민(27·KIA)은 17승5패, 방어율 2.45를 기록한 2011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했지만 선동열 감독이 취임한 팀 상황에 막혀 꿈을 잠시 접었다. 투수 4관왕으로 시즌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직후 그는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고 싶지만, 저만 생각할 순 없잖아요. 프로선수로 저를 키워준 팀인데….”
# 그 후로 그는 미국 진출에 대한 말을 아끼고 또 아꼈다. 그러나 큰 꿈은 계속 마음에 있었다. 2012시즌 중 “솔직히 메이저리그에서 던지고 있는 동양인 투수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많은 것이 담긴 한마디였다.
# 2013년 10월 14일 윤석민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1년 겨울 그는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빅마켓 구단들 중 한 팀이 매우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3승6패7세이브, 방어율 4.00으로 부진했다.
그 때문인지 윤석민은 스스로에 대해 매우 객관적이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도전에 대한 순수한 갈증만큼은 변함이 없는 듯했다. 그는 “류현진(LA 다저스)은 지금 나와 비교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나는 팀을 고를 처지도 아닌 것 같다. 다만 선발로 뛸 수 있는 팀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망신당하지 않게 적응 잘 하고 열심히 하겠다. 3주 동안 LA에서 훈련도 하고, 에이전트도 만나고, 류현진도 응원할 생각이다. 12월에 돌아와 FA(프리에이전트)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9년을 몸담은 팀과 팬들에 대해선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고맙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