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농구부는 올 시즌 최고 전성기를 달렸다. 지난해 말 농구대잔치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MBC배 대회, 프로아마추어 최강전, 대학농구리그 정상을 휩쓴 데 이어 지난달 연세대와의 정기전까지 이겼다. 올해 우승 확률 100%였다. 화려한 승리의 중심에는 이민형 감독(48·사진)이 있다.
고려대와 일본 명문 와세다대의 교류전이 열린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이 감독은 “꿈만 같다. 이런 성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여름부터 희망이 보이기는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이 1970년대 초반 고려대 감독을 맡았던 부친 고(故) 이경우 씨의 뒤를 이어 모교 지휘봉을 잡은 2011년 1월 팀 상황은 더는 나쁠 수 없을 정도였다. 직전까지 4년 동안 감독이 해마다 교체되는 심각한 내홍 속에 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선수 학부모끼리도 파벌 다툼을 했다. “서로 믿어야 살 수 있다고 신뢰 회복을 강조했죠.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3년 걸리더군요. 입김을 없애고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학부모들과 식사 한번 안 했어요.”
운동부의 해묵은 악습을 없애는 데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선후배의 단합을 위해서라면 뭐든 했어요. 신입생 환영회 때 억지로 술 먹이거나 얼차려, 머리 박고 응원가 부르기 등도 금지시켰죠.” 선수 보강에도 공을 들였다. 당초 연세대 진학 예정이던 이승현을 영입하려고 이승현의 서울 용산구 후암동 집에 매일 찾아가다시피 했다. “농구 선수 출신인 승현이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아예 그 집에 드러누웠어요.”
이 감독은 운동장이나 뛰던 과거의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특급 센터 이종현을 비롯한 8명의 선수를 역도 선수 출신인 성신여대 김범수 교수의 맞춤형 특별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체력이 약했던 이종현은 4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다. 장기 레이스에서 주전들의 큰 부상도 없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강병수 박훈근 코치도 성실하게 잘했다. 어린 선수들 사이에 고려대에서 꼭 뛰고 싶다는 말이 나오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고려대 사령탑에 올랐을 때 입학했던 박재현 이관기 등 4명은 어느새 4학년이 돼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취업률도 100%. 이 감독은 며칠 전 후배들에게 밀려 경기를 자주 못 뛴 졸업반 선수들에게 석별의 글을 보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끝까지 참고 밑에 애들 독려해 줘 고맙다. 너희들이 고려대 농구를 만든 장본인이다. 사회에 나가서 꼭 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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