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뜻을 굳힌 것일까. 올 시즌을 끝으로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나는 이대호(31)가 “(일본과 미국이) 똑같은 조건이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며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접촉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알아보고 있다. 후회하지 않는 좋은 선택을 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아내 신혜정 씨, 딸 효린 양과 함께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 초반 페이스 유지 못해 아쉽다!
일본무대 2번째 시즌인 올해 이대호는 타율 0.303에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타율(0.286)은 높고 홈런과 타점은 같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대호는 “올해 초반 페이스가 좋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기 위해 일찌감치 컨디션을 올려서인지 시즌 마지막에 체력도 떨어졌고,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집중력도 떨어졌다. 좀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돌아봤다.
● 향후 진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있다!
이대호는 “앞으로 내 진로가 어떻게 될지 아직 나도 모르겠다. 오릭스 잔류를 포함해 일본 잔류, 그리고 메이저리그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소속 구단인 오릭스와 직접 만났다고 설명한 그는 “구단이 계약금을 제외하고 (첫 조건으로) 2년간 7억엔을 제시한 건 맞다. 오릭스에 그동안 정이 많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 금액은 도저히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고 내 뜻을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2012년 입단 당시 계약금 포함 총액이 7억엔이었음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란 얘기였다.
● 선택은 내가 한다!
“구단과 직접 만나보니, 계약협상 같은 것은 에이전트가 해야 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이대호는 “난 아직 오릭스 소속 선수”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가족이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선택한다”며 일본에서의 안정적 생활이 일본 잔류의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지만, 야구에 대한 선택만큼은 자신의 야구인생을 위해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에이전트의 선임 여부다. 미국 진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대호는 2년간 자신의 대리인 역할을 해준 일본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와 결별할 것을 예고하며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접촉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간에 불거진 스콧 보라스와의 동행 여부에 대해선 “아직 한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른다. 단지 관계자가 만나자고 해 만났고, 몇 번 조언을 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