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이 포스트시즌 ‘역전 싹쓸이’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한 번만 지면 탈락하는 위기에 몰렸던 팀이 남은 경기를 싹쓸이해 플레이오프 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모두 세 번(5차전 이상 기준)이다.
첫 사례는 1996년 플레이오프였다. 현대는 쌍방울에 내리 두 판을 져 탈락 위기에 처했지만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현대를 이끌던 김재박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이런 승리를 거둔 감독이 된 반면에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믿기 힘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음 번에는 김성근 감독이 주인공이 된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의 상대 팀은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두산.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1패 뒤 3연승한 기세를 몰아 SK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야신’(야구의 신)이 된 김성근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SK를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김성근-김경문으로 이어지는 ‘패장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 두산은 역전 싹쓸이 패배를 당한 이듬해였던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곧바로 이 패배를 갚아줬다. 올해처럼 2연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넥센 팬들 사이에서는 “두산 감독이 로이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갈 것”이라는 우스개도 들렸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넥센 염경엽 감독부터 릴레이를 새로 시작하게 됐다.
역전 싹쓸이를 거둔 팀 중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한 팀도 없고,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른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적도 없다. 지금까지만 보면 두산의 승리가 상처뿐인 영광에 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두산은 이 역전 싹쓸이 팀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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