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사진 앞쪽)은 지난달 25일 애제자 류현진(26·LA 다저스·뒤쪽)과 아주 특별한 약속을 했다.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14승째를 따낸 날이었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거물이 된 제자는 늘 그랬듯 경기가 끝나자마자 해맑은 소년으로 돌아가 옛 은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변함없이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잘 던진 날이면 으레 전화가 왔던 것 같다. 그날은 한국에 오면 꼭 한 번 보자는 얘기를 하다가 ‘내가 맛있는 밥을 사주마’라고 하자 현진이도 씩씩하게 ‘네!’ 하더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장소도 이미 정해졌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복요리 전문점이다. 김 위원장은 “현진이가 한화에 있을 때, 서울에 오면 가끔 (김)태균이랑 같이 가서 식사를 했던 집이다. 한국에서 현진이의 투구를 보면서 정말 장한 마음이 들어서 그 집 생각이 났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과 류현진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한화의 감독과 에이스로 동고동락했다. 김 위원장은 동산고 3학년이던 류현진의 투구를 직접 본 뒤 스카우트팀에게 강력 추천했고, 입단 첫 해부터 선발 한 자리를 맡겨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줬다. 류현진 역시 첫 해부터 다승·방어율·탈삼진 타이틀을 휩쓴 것은 물론,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무대를 주름잡는 진짜 ‘괴물’로 성장했다. 늘 애정 어린 시선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스승, 그리고 이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제자의 식사 자리는 따뜻한 덕담과 훈훈한 화답으로 가득 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