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최고참 류택현(42·사진)은 플레이오프(PO)에 나서는 소감을 묻자 팀 얘기부터 했다. 그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PO 1차전에 앞서 “우리가 오랜 시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해준 것과 다름없다. 올해는 가을야구를 하게 됐고, 가난의 대물림을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한 LG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치르는 날이기에 그 의미는 더 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류택현은 “내게 가을야구라고 해서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후배들이 느끼는 것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3년 이후 입단한 많은 선수들이 지난해까지 페넌트레이스를 마치고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벌어지는 기간에도 훈련을 해야 했다”며 “그들이 올해는 훈련 대신 경기를 치르고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하는 셈이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할 것이다”고 얘기했다.
올해 PO 엔트리에 포함된 LG 선수 중 류택현, 이병규(9번), 박용택, 권용관, 이동현 등 5명은 2002년 한국시리즈까지 뛰었던 멤버들이다. 2003년 이후 LG에 입단한 선수들은 단 한번도 꿈의 무대를 밟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LG에는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출전인 선수가 14명이나 PO 엔트리에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류택현은 한 가지 바람을 곁들였다. 그는 “‘LG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매우 부정적 의미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도 의미가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