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26·사진)는 9월부터 심각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다. 이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이어졌다. 준PO 5경기에서 그는 15타수 1안타(타율 0.067)에 그쳤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준PO 1·2차전에서 김현수를 4번타자로 기용해 중심타선을 이끌어주길 기대했지만, 심각한 부진으로 인해 이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4번타자 기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따랐다.
김현수는 이에 대해 “4번타자에 대한 부담은 아니었다. 9월부터 슬럼프를 겪었고, 그것이 이어진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감독님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 내가 기대에 부응을 못한 것이다. 죄송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발목 부상에 대해서도 “잘 칠 때도 아픈 건 똑같았다. 발목 통증 때문에 슬럼프가 왔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고 말했다.
슬럼프와 맞물려 김현수는 자신의 배트 이야기를 꺼냈다. 시즌 중반 그는 삼성 최형우에게서 배트 몇 자루를 선물 받았다. 그러나 선물 받은 배트들이 9월초 전부 부러져 동이 났다. 김현수는 “(최)형우 형이 준 방망이가 다 부러진 그 시기부터 슬럼프가 시작된 것 같다. 거기에 기가 다 빠져나간 모양이다”고 털어놓았다. 사비를 들여 최형우가 쓰는 배트와 같은 브랜드에 제작을 의뢰했지만, 10월 중순이나 돼야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뜻을 접었다. 이에 김현수는 “형우 형에게 직접 받는 방법밖에 없다. 대구로 가서 새 배트를 선물 받겠다”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의욕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지만,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PO 1차전 1회초 무사 1·3루서 김현수는 선제 우전적시타를 때리며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