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손주인 “네 격려가 내 가을야구를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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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7시 00분


LG 손주인. 스포츠동아DB
LG 손주인. 스포츠동아DB
LG 손주인이 삼성 최형우에게

(최)형우야, 나다. 통화도 자주하는데 편지를 쓰려니 조금 쑥스럽다.

한국시리즈 준비는 잘하고 있겠지? 너한테 편지를 쓰려니 지난해 12월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트레이드돼 LG로 옮기게 된 직후에 네가 위로 해줬잖아. 깜짝 놀라서 전화해서는 마치 네 일처럼 가슴 아파해줬던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삼성에서 백업 멤버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LG에서 또 다른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고 얘기해줬지. 삼성에서만 뛰었던 내가 다른 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운함과 막연함이 앞섰는데, 네가 위로를 많이 해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LG에 와서 어엿한 주전 2루수가 됐고, 가을야구도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만약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너를 경기장에서 만나면 기분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 그런 큰 무대는 항상 함께 했는데 이제는 적으로 만나야 하잖아. 그래도 그런 무대에서 함께 뛸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둘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잘 치를 테니 넌 대구에서 경기 보면서 나뿐 아니라 우리 팀 응원 좀 해라.

이제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하긴 이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너는 우리 팀하고 경기만 하면 항상 나에게 “내가 친 타구는 다이빙캐치하면 안 돼”라고 농을 던지는데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면 각오해. 내 쪽으로 오는 타구는 내가 몸을 던져서라도 다 잡아낼 거니까. (최)형우가 치는 타구는 어디로 갈지 내가 너무 잘 알잖아.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늘 그랬듯 우리 멤버들 모여서 회포 한 번 풀어야지. 우리가 우승하면 내가 한 턱 쏘마. 몸 관리 잘하고 한국시리즈 때 보자.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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