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준비는 잘하고 있겠지? 너한테 편지를 쓰려니 지난해 12월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트레이드돼 LG로 옮기게 된 직후에 네가 위로 해줬잖아. 깜짝 놀라서 전화해서는 마치 네 일처럼 가슴 아파해줬던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삼성에서 백업 멤버에 머물러 있던 나에게 “LG에서 또 다른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고 얘기해줬지. 삼성에서만 뛰었던 내가 다른 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운함과 막연함이 앞섰는데, 네가 위로를 많이 해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LG에 와서 어엿한 주전 2루수가 됐고, 가을야구도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만약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너를 경기장에서 만나면 기분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 그런 큰 무대는 항상 함께 했는데 이제는 적으로 만나야 하잖아. 그래도 그런 무대에서 함께 뛸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둘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잘 치를 테니 넌 대구에서 경기 보면서 나뿐 아니라 우리 팀 응원 좀 해라.
이제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하긴 이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너는 우리 팀하고 경기만 하면 항상 나에게 “내가 친 타구는 다이빙캐치하면 안 돼”라고 농을 던지는데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면 각오해. 내 쪽으로 오는 타구는 내가 몸을 던져서라도 다 잡아낼 거니까. (최)형우가 치는 타구는 어디로 갈지 내가 너무 잘 알잖아.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늘 그랬듯 우리 멤버들 모여서 회포 한 번 풀어야지. 우리가 우승하면 내가 한 턱 쏘마. 몸 관리 잘하고 한국시리즈 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