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포수 박경완에 대해 “우리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올 시즌 개막전 LG가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이유 중 하나는 포수가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 LG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력으로 보나 이름값으로 보나 다른 팀의 백업 포수 수준인 포수들이 LG 투수들을 팀 평균자책점 1위(3.72)로 이끈 것. 윤요섭(사진) 현재윤 최경철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윤요섭의 급성장은 모든 사람의 기대를 넘어섰다. 불과 2년 전까지 오른손 대타 요원이었던 그가 올해 일약 주전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윤요섭에 대해 “상대 전력분석팀이 분석을 포기한 선수”라며 “포수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전혀 생각지 못한 볼 배합을 한다. 벤치에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역발상 시도가 잘 통했다”고 말했다.
실제 윤요섭은 2사 2루에서 상대 4번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벤치가 정면승부를 지시한 5번 타자마저 거르는 볼 배합을 하기도 했다. LG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언젠가 박경완이 그 같은 볼 배합을 하는 걸 봤다. 신참이 그렇게 하니 상대는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모든 타자를 세밀하게 연구하는 윤요섭의 노력이 뒷받침돼 있다”고 말했다.
윤요섭은 16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선발로 마스크를 썼다. 1회초부터 야수 실책 등이 겹치며 2점을 내줬지만 이후 안정적인 리드를 선보이며 무난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윤요섭의 리드 속에 선발 투수 류제국은 8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 향후 LG 안방을 책임질 주전 포수 윤요섭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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