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를 최종 5차전까지 치르고 온 두산은 체력이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경험 부족과 긴 휴식으로 인한 실전 감각이 걱정된다고들 했다. ‘잠실 라이벌’ 앞에 체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3년 만의 ‘더그아웃 시리즈’(두 팀이 같은 구장 더그아웃을 바꿔 가며 홈으로 쓰는 것)에서 먼저 웃은 건 두산이었다.
두산이 16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3선승제) 1차전에서 LG를 4-2로 꺾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두산과 LG가 가을잔치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양대 리그이던 2000년 플레이오프(4선승제)였는데 두산이 4승 2패로 이겼다. 두산은 1승 2패로 뒤져 있다 3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마쳤다. 두산은 이로써 포스트시즌 LG전 4연승을 이어갔다.
1회초 두산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선두타자 이종욱이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큼지막한 3루타로 출루한 뒤 김현수의 안타로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 최준석의 땅볼 때 LG 3루수 정성훈이 3루 주자 정수빈을 잡으려다 홈에 악송구를 해 추가점을 뽑았다. LG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 박용택이 안타로 출루했고 2번 타자 이병규(7번)가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을 터뜨려 간단히 동점을 만들었다.
2점씩 주고받은 두 팀은 2회부터 0의 행진을 시작했다. 다시 달아난 건 두산이었다.
두산은 7회초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한 뒤 계속된 2사 3루에서 최준석의 평범한 땅볼을 3루수 정성훈이 더듬는 틈을 타 3루 주자 이종욱이 홈을 밟고 최준석까지 세이프돼 3-2로 앞서 나갔다. 1회와 7회 모두 최준석의 땅볼 때 정성훈이 범한 실책 2개가 고스란히 득점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9회 선두 타자 김재호가 2루타를 때리고 나간 뒤 정수빈이 LG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 LG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두산 선발 노경은은 6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기며 1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한 이닝 폭투 3개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던 홍상삼은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기록했다. LG는 ‘승리 아이콘’인 정규시즌 승률왕(12승 2패·0.857) 류제국이 5와 3분의 1이닝 동안 4안타 2실점(1자책)으로 비교적 호투했지만 불펜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2만5500명의 팬이 찾아 매진을 기록했다. 2차전은 17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이승건·황규인 기자 why@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
“수비 집중력이 승리 원동력”
▽두산 김진욱=경기 전에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1회부터 점수를 내 부담을 덜었다. 단, 그 순간 추가점을 냈어야 했는데 2점에 묶여 어려운 경기를 했다. 믿고 기용한 홍상삼이 끝까지 좋은 투구를 해준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승리의 원동력은 3루수 이원석하고 유격수 김재호의 수비다. 수비는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좋은 수비 하나가 팀을 하나로 묶는다. 상대 실책도 있었지만 우리가 수비 집중력이 앞서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오래 쉬다보니 타격감 떨어져”
▽LG 김기태=5차전까지 갈 거라고 봤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늘 경기의 리뷰를 잘 해서 남은 4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맺도록 하겠다. 오늘 경기를 재미있게 하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긴장했던 것 같다. 오래 쉬다 보니 타격감도 아직 완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내일부터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특정 순간 때문에 승패가 갈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세세하게 미리 준비 못한 내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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