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 선배한테 안 맞았으면 기고만장했을 것 같은데 맞은 덕에 많이 배웠다. 박 선배는 정말 좋은 타자다.”
두산 유희관(사진)은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발단은 경기 전 ‘설전(舌戰)’이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박용택. 그는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농담조로 “유희관 공을 왜 못 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올 정규시즌 유희관을 상대로 0.429(14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유희관은 4차전 선발로 내정된 뒤 “피날레를 장식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유희관은 이날 자기 말대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승리를 결정짓고 MVP까지 됐지만 박용택에게는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 점수는 유희관이 올 포스트시즌 마운드에서 직접 내준 유일한 점수다. 유희관은 이날 6회까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20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단 1실점만 하고 있었다. 1실점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유희관을 구원한 두산 투수 홍상삼의 폭투로 허용한 점수였다. 그러나 이날은 박용택이 ‘언행일치’에 성공하면서 유희관은 동점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는 걸 그라운드 위에서 지켜봐야 했다.
“맞혀 잡는 투수인 나로서는 팀을 정말 잘 만났다. 우리 팀 수비는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며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 유희관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더 많이 배우겠다는 자세로 더욱 신중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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