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정규리그와 FA컵 더블 우승이라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19일 FA컵 우승 후 “FA컵을 우승하고 싶었던 이유는 리그 우승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두 번째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며 2관왕 욕심을 직접 드러냈다. 포항(승점 56)은 리그 2위다. 1위 울산에 승점 2가 뒤진다. 포항이 울산보다 1경기를 더 치러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남은 기간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1996년 FA컵 출범 후 같은 해 FA컵과 리그를 동시에 석권한 팀은 없었다.
● 왜 더블 없었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17년 동안 어떻게 더블이 한 번도 탄생되지 않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FA컵 권위가 낮았던 것도 한 원인이다. 과거 FA컵은 찬밥 대우였다.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없었다. 강팀들은 리그에 집중하느라 FA컵에 1.5군을 내기도 했다. 200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지금의 틀을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각 국 리그 우승 팀은 아시아클럽챔피언십, FA컵 우승팀은 컵 위너스 컵에 따로 나갔는데, 이것이 챔스리그로 통합됐다. 획기적인 변화는 2009년부터였다. AFC는 60만 달러 수준이던 우승 상금을 150만 달러로 대폭 올렸다. 조별리그에서 승리하면 4만 달러, 무승부면 2만 달러를 지급하고 토너먼트에 오를수록 상금이 늘어나는 퍼포먼스 수당제를 도입했다. 챔스리그가 꿈의 무대로 격상되면서 FA컵 권위도 덩달아 올랐다. FA컵은 챔스리그 티켓을 가장 쉽고 빠르게 딸 수 있는 매력적인 대회가 됐다.
● 가장 큰 적은 안일함
가장 최근 더블에 근접했던 팀은 포항이었다. 2007년, 파리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포항은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뒤 6강 플레이오프(PO)와 준PO, PO, 챔피언결정전에서 파죽지세로 승리를 거둬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파리아스 매직이었다. 포항은 리그 정상에 서고 2주 후 전남과 FA컵 결승 1,2차전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포항의 우세를 점쳤다. 그만큼 포항의 경기력은 짜임새가 있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전남이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섰다. 리그 우승컵을 이미 품었다는 안일한 마음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포항이 2관왕을 달성하려면 6년 전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FA컵 우승에 안주하면 리그 정상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