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홍상삼(23·사진)은 뇌 구조가 궁금한 투수다. 9일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홍상삼은 1-0으로 앞선 8회 말 넥센 공격 2사 2루 박병호 타석에서 포수 머리 위로 하이볼을 던졌다. 고의4구 작전이라 포수 양의지가 바깥쪽으로 빠져 일어나 있었는데도 그 위로 공을 던진 것이다. 계속된 1사 3루에서는 원 바운드 폭투로 동점을 내줬다. 홍상삼은 후속 강정호 타석 때 또 한 번 폭투를 범해 역대 포스트시즌 최초의 1이닝 3폭투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은 이날 결국 2-3으로 역전패했다. 보통 투수였다면 심각한 ‘멘털 붕괴’에 빠질 만했다.
그런데 다음 날 운동장에서 만난 홍상삼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상삼이는 원래 ‘단순’ 그 자체다. 그 정도 일에 흔들리는 선수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만약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면 홍상삼은 ‘천하의 역적’이 될 뻔했다. 하지만 두산은 2연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홍상삼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LG와의 서울 라이벌전에서 홍상삼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16일 열린 1차전 3-2로 앞선 7회말 등판한 홍상삼은 3이닝 동안 1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세이브를 따냈다.
이날도 해프닝이 있었다. 7회 1사 후 윤요섭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두산 김진욱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오자 LG 관중석에서는 “홍상삼”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이 교체를 하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LG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졌다.
누가 봐도 자존심이 상할 만했고 마음의 상처가 될 만했다. 하지만 홍상삼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 후 그는 “(LG 관중들의 반응을) 예상했었다. 정규 시즌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홍상삼은 19일 3차전에서도 3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홀드를 기록했다. 비록 1표 차로 유희관에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내줬지만 MVP급 맹활약이었다.
두산 벤치가 이렇게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을 보이는 홍상삼을 중요한 순간 기용하는 이유는 바로 힘 있는 구위 때문이다. 150km대의 직구에 낙차 큰 포크볼은 정상급 타자도 제대로 공략하기 힘들다. 두산 관계자는“만약 150km의 공을 던지다 맞으면 다른 투수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상삼이는 155km를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던진다”고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삼성은 올해 홍상삼에게 큰 아픔을 준 팀이다. 홍상삼은 6월 7일과 8일 삼성전에서 연이틀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한 투수가 2경기 연속 끝내기 홈런을 맞은 건 프로야구 3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트라우마가 생길 만하지만 홍상삼은 여전히 개의치 않는다. ‘홍상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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