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마스크 벗었다, 그래도 영원한 안방마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포수의 전설 SK 박경완 은퇴… 구단, 2군 감독 선임 파격 대우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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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은 감독을 맡았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 지독한 독감에 시달렸다. 건강 문제로 제대로 팀을 지휘하기 어려웠지만 그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기자들이 경기 계획을 물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박)경완이가 나보다 더 잘 알아.”

야구에서 포수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 포수가 박경완(41·사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박경완은 팀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포수였다. 주전 포수로 마지막 시즌을 보낸 2010년 박경완이 공을 받을 때 SK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58이었지만 정상호가 받으면 4.11이었다. 57과 3분의 1이닝밖에 뛰지 못했던 지난해도 박경완의 ‘포수 평균자책점’은 2.98, SK 팀 전체는 3.82였다.

하지만 이제 포수로서 그의 모습은 옛날 야구를 다룬 TV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프로야구 SK는 22일 “박경완이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내년 시즌 퓨처스(2군) 감독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박경완은 프로야구에서 2043경기에 나와 1480안타, 314홈런, 995타점, 75도루를 기록했다. 옛 현대 소속이던 2000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골든글러브도 4번이나 탔다. 2001년에는 포수로는 처음으로 20-20 클럽(20홈런 20도루 이상)에 가입하는 역사도 썼다.

박경완은 이날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올 7,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고민했다. 9월에 구단에 은퇴하겠다고 했더니 ‘괜찮겠냐?’고 되물었는데 이미 입 밖으로 낸 말이었고 되돌릴 수 없었다. 1군에서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한 뒤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박경완은 포수로 10경기만 더 뛰었으면 포수 출장 2000경기를 달성할 수 있었다.

박경완은 “은퇴 선수를 바로 2군 감독으로 선임한 사례가 없다. 구단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만수 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감독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은퇴 소식을 듣고 이 감독님께서 ‘젊은 선수들하고 열심히 한번 해보라’고 응원해 주셔서 ‘백업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 중 최고의 장면을 묻는 질문에 박경완은 “2007년 SK의 창단 첫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연패 뒤 4연승을 누구도 예상 못했지만 해냈다”며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팀 에이스로 떠오른) 김광현과는 이제 배터리를 이룰 수 없게 됐지만 멀리서나마 잘되기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우·황규인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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