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챔프전 가겠단다… 이 둘이 뭉치면 말이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 프로배구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루키 최대어 전광인

‘만년 꼴찌’를 벗어나 챔피언결정전에 도전하겠다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왼쪽)과 전광인이 훈련을 앞두고 포즈를 취했다. 의왕=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만년 꼴찌’를 벗어나 챔피언결정전에 도전하겠다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왼쪽)과 전광인이 훈련을 앞두고 포즈를 취했다. 의왕=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말 이 팀에 오고 싶었어요. 제가 뛰어 팀 성적이 오르면 훨씬 보람 있잖아요.”(전광인)

“너는 우리 팀 에이스다. 두고 봐. 시즌이 끝나면 최고 선수가 돼있을 테니.”(신영철 감독)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옛 KEPCO)은 더 내려갈 곳이 없는 팀이다. 지난 시즌 역대 최다 타이인 25연패를 당하는 등 2승 28패(0.067)에 그쳤다. 승률이 1할도 안 된 팀의 감독과 막내 선수가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며 큰소리를 친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 것일까. 경기 의왕시에 있는 한국전력체육관에서 신영철 감독(49)과 전광인(22)을 만났다.

“선수들의 체력이 변했다. 실력도 변했다. 무엇보다 배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팽배했던 패배의식을 털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신 감독은 4월부터 이 팀을 맡았다. 한국 최고의 세터 출신으로 LG화재(현 LIG손해보험)와 대한항공 감독을 지낸 그가 1988년부터 8년 동안 선수로 뛴 친정에 17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감독 제안을 받은 뒤 먼저 알아본 게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광인을 뽑을 수 있는지였다. 신생팀(러시앤캐시)이 생겨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가능하다고 하더라.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신 감독)

한국전력은 최근 외국인선수를 산체스에서 밀로스로 교체했다. 밀로스는 2010∼2011시즌 이 팀에서 뛰며 득점 3위, 서브 2위에 오른 검증된 선수다. 이로써 한국전력은 국가대표 서재덕과 전광인 그리고 밀로스로 구성된 강력한 ‘삼각 편대’를 완성했다.

전광인은 성균관대 3학년인 지난해부터 대학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올해 월드리그에서는 부상으로 빠진 문성민(현대캐피탈)을 대신해 한국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했다.

“감독님이 한국전력을 맡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갈 수 있겠다’에서 ‘가고 싶다’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훈련을 세게 시키신다는데 그게 좋아요. 그래야 실력이 느니까요.”(전광인)

전광인은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뒤 이달 8일 소속 팀에 합류했다. 며칠 동안 전광인을 지켜본 신 감독은 ‘필요 없는 동작이 많아 체력 소모가 많다’고 걱정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키(194cm)가 크지는 않지만 러닝 점프력이 최상급이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 실력까지 갖췄다. 소위 말하는 ‘배구 도사’가 될 재목이다.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하다.”

전광인에게 라이벌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라이벌’과 ‘롤 모델’을 나눠 대답했다.

“라이벌은 같은 포지션(레프트)의 문성민 형이에요. 제가 감히 넘어서겠다는 게 아니라 성민이 형을 보며 자극받고 싶다는 의미죠. 롤 모델은 리베로인 현대캐피탈 여오현 선배예요.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제자의 말에 스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개 같은 포지션 선배를 롤 모델로 삼는데 특이하네. 여오현이 리더 역할을 잘하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대견하다. 그리고 내가 볼 때는 문성민도 충분히 넘을 수 있어.(웃음)”

전광인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8월 신인 드래프트 때 취재진 앞에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는 솔직히 잘 모르고 그렇게 말했어요. 지금은 간절하게 그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신인왕은 아직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고요.”

감독의 목표 역시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지금은 남들이 웃겠지만 반타작 승부는 가능하다고 본다. 누구를 만나도 호락호락하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5할 승률이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를 마친 뒤 코트로 나가는 전광인에게 신 감독이 한마디 덧붙였다.

“다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 그러면 신인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니까. 참,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동료를 배려하는 자세와 겸손함이야. 그걸 꼭 명심하도록!”

의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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