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두산 돌풍 뒤엔… 골무 벗은 투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6일 03시 00분


프로야구에서 ‘투혼’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거침없이 몸을 던지기도 하고 베이스를 지키기 위해 몸을 부딪치기도 한다. 몸을 날려 날카로운 타구를 잡아내는 선수들의 모습은 팬들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한다.

두산 김현수는 보이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고무골무(타격 프로텍트)를 벗어던진 것이다.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골무는 타격할 때 충격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골무를 뺀 김현수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4선승제) 1차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안타는 홈런 하나에 그쳤지만 전보다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

김현수는 25일 2차전을 앞두고 그동안 사용했던 골무를 보여주었다. 김현수는 “이걸 끼면 손가락이 덜 아프다. 하지만 비거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공이 방망이에 정확히 맞아야 통증이 줄어든다. 그는 “골무를 빼면 통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공을 정확하게 맞히려고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0-0으로 맞선 8회엔 전력질주로 내야 안타를 만든 뒤 김재호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두산에 선취점을 안겼다. 그는 갑작스레 살아난 타격감을 골무를 뺀 탓으로 돌렸지만 사실 몸을 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투혼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의 결과와 상관없이 가을 곰들이 보여준 투혼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대구=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프로야구#김현수#두산#타격 프로텍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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