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27일 잠실구장. 김진욱 두산 감독은 경기 전 “선발 투수 유희관(사진)이 어느 정도 버텨줬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기대 반 농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왼손 투수 유희관은 포스트시즌 들어 에이스급 활약을 펼쳐왔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점만을 내줬고,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7이닝 1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날 유희관은 채 4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못 던져서 그런 게 아니다. 코칭스태프의 착각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던 유희관이 4회초 선두 타자 박석민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정명원 투수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로 올라왔다. 문제는 유격수 손시헌의 실책으로 한 점을 내준 1사 만루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지영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 최형우가 홈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자 두산 포수 최재훈이 나광남 구심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러자 김진욱 감독이 달려 나왔고, 강성우 배터리코치는 최재훈을 달래기 위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이때 최재훈은 유희관에게 다가갔고 강 코치도 엉겁결에 마운드에 올랐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한 이닝에 코칭스태프가 두 번 마운드에 올라오면 무조건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
유희관이 계속 마운드에 있었다고 해서 두산이 경기에서 이겼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선발 투수가 일찌감치 교체되면서 안 그래도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불펜 투수들이 대거 등판해야 했다. 이날의 해프닝이 남은 시리즈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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