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는 25일 ‘이천수(사진)에게 구단 최고 중징계’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천수는 잔여시즌(7경기) 출전정지, 벌금 2000만원, 사회봉사명령 100시간, 재발방지 각서 및 사과문 게시 처벌을 받았다. 시즌을 한 달 남겨 놓고 잔여경기 출전정지가 중징계라니…. 내용에 비해 거창한 제목에 쓴웃음이 나왔다.
이천수처럼 시즌 중 음주 폭행시비에 휘말리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구단은 쉬쉬하면서 자체 징계로 끝내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당사자가 이천수라 필요 이상으로 이슈화된 측면이 분명 있다. 이천수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수차례 저지른 과오가 업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상습적인 거짓말이다. 이천수는 사건 직후 “폭행하지 않았다” “동석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병을 깼을 뿐이다”고 인터뷰했다. 둘 다 거짓말이었다. 이천수를 동정하던 여론도 이 때문에 싹 돌아섰다. 이천수의 거짓말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전남 소속이던 2009년 여름, “원 소속 팀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연봉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타나면 이적을 거부할 수 없는 옵션이 있다. 싫어도 이적할 수밖에 없는 희생양이다”고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거짓말이었다. 전남에서 구제받은 지 얼마 안 돼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면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언론플레이로 선수를 친 것이다.
스포츠스타나 연예인의 거짓말은 더 큰 역풍이 돼 돌아오곤 한다. 술자리에서 폭행을 한 탤런트 최철호와 가수 강인도 처음에 강하게 부인했지만 CCTV로 덜미를 잡혔다. 가수 김상혁은 음주운전 후 “술은 마셨지만 운전은 안 했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모두 수 년 간 방송활동을 못 했다. 스타의 존재이유는 팬이다. 거짓말은 팬을 우롱하는 처사라 훨씬 더 엄격한 심판을 받는다. 그러나 인천은 반대로 이천수에게 관대한 징계를 내렸다. 이천수가 ‘임의탈퇴’나 ‘무기한 출전정지’를 받았다면? 추후 징계를 철회하려면 여론의 심판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천수는 큰 변수가 없는 한 내년에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重)징계가 아니라 그저 그런 중(中)징계가 돼 버렸다.